조현아 연합 "주주제안, 주총 의안 상정" 소송 제기…한진칼 "사법절차 악용"

입력 2020-02-27 19:57
수정 2020-02-27 19:59

다음달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조원태 회장 측과 반기를 든 ‘3자 연합’(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KCGI·반도건설) 간 공방이 치열하다.

3자 연합은 앞서 제안한 이사 후보 선임 등을 한진칼 정기 주총의 의안으로 상정하라는 내용의 가처분을 신청하며 공세를 펼쳤다. 한진그룹은 이에 대해 "사법절차를 악용하는 꼼수"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이와 함께 유휴 자산 매각 작업에 착수하며 조 전 부사장이 애착을 가진 그룹 내 호텔·레저사업 구조 개편에 속도를 더하고 나섰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자 연합의 일원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강성부 펀드) 산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는 한진칼을 상대로 주주제안을 다음달 정기 주총 의안으로 상정하라는 내용의 가처분을 지난 25일 서울지방법원에 신청했다.

그레이스홀딩스는 다음달 열리는 한진칼의 정기 주총에서 전자투표제 도입과 이사 후보들의 선임 등을 의안으로 상정할 것을 청구했다. 아울러 주총 2주 전에 의안을 주주들에게 통지할 것을 청구했다.

그레이스홀딩스가 제시한 의안은 앞서 3자 연합이 한진칼에 전달한 주주 제안과 대부분 일맥상통한다.

3자 연합 측은 지난 13일 주주제안 형태로 8명의 사내·사외 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당시 사내이사 후보로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 김치훈 전 한국공항 상무, 함철호 전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장 등 4명을 추천했다. 사외이사 후보에는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 여은정 중앙대 교수, 이형석 수원대 교수, 구본주 법무법인 사람과사람 변호사 등 4명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사 후보 가운데 김치훈 전 상무는 자진 사퇴했다. 이에 그레이스홀딩스의 가처분 신청서에는 7명의 이사 후보만 등재됐다.

이와 함께 그레이스홀딩스는 주총 전자투표제 도입, 주총에서 이사 선임 시 개별투표 방식 채택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한진칼은 3자 연합 측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 "회사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려고 사법절차를 악용하는 꼼수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진칼 측은 "적법한 주주의 의안제안권을 존중한다"면서도 "주총 상정 안건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이사회 의결이 필요한데, 마치 한진칼이 주주제안을 무시한 것처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한 3자 연합측의 대응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진칼이 김치훈 전 상무의 사내이사 안건 철회 여부 및 적법한 주주제안 자격을 소명할 대호개발의 주식 취득시기 증명자료를 요구한 바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진칼은 "3자 연합 측이 안건철회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조차 전달하지 않다가 갑자기 의안상정 가처분을 신청하고 이날 오후 늦게서야 안건철회 의사 및 소명자료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진그룹은 유휴자산인 서울 송현동 및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부지와 왕산레저개발의 매각 주관사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동시에 조 전 부사장의 복귀를 차단하는 조치란 게 재계의 분석이다.

한진그룹은 최근 유휴 자산 매각 주관사 선정을 위해 관련사에 매각 자문 제안 요청서(RFP)를 발송했다고 이날 밝혔다.

매각 대상 유휴자산은 △대한항공 소유 서울 종로구 송현동 토지(3만6642㎡)와 건물(605㎡) △대한항공이 100% 보유한 해양레저시설 ‘왕산마리나’ 운영사 ㈜왕산레저개발 지분 △칼호텔네트워크 소유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 파라다이스 호텔 토지(5만3670㎡)와 건물(1만2246㎡)이다.

한편, 양측 간 지분 확보 경쟁도 이어지고 있다. 반도건설이 지난 20일 한진칼 지분 5.02%(297만2017주)를 추가 매입했다고 공시하면서 3자 연합 측의 보유지분율은 37.08%로 늘어났다. 조 회장의 백기사로 간주되는 델타항공도 주식을 추가 매입해 현재 지분율이 12%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감안하면 조 회장 측 지분은 36.45% 수준으로 추산된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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