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 있던 타임머신 자동차 ‘들로레인’이 두둥실 하늘로 날아오른다. 객석의 관객 머리 위에서 횡으로 360도 회전한 자동차가 방향을 틀어 백스테이지로 사라지면 공연장은 떠나갈 듯한 환호와 박수로 가득 메워진다. 1980~1990년대를 풍미한 영화 ‘백 투 더 퓨처’의 뮤지컬 버전이 공연되는 영국 맨체스터 오페라하우스의 이번주 밤 풍경이다.
영화 ‘백 투 더 퓨처’는 가족 오락물로 사랑받은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1985년 막을 올린 첫 번째 시리즈는 23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4700억원의 박스오피스 기록을 세우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두 번의 시리즈가 더 제작되며 글로벌 매출은 1조1800억원까지 치솟았다. 이 시리즈는 문화가 왜 ‘굴뚝 없는 미래 산업’으로 불리는지 증명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워낙 인기를 누려서인지 또 다른 시리즈를 제작하자는 제안이 많았다. 하지만 3편에 ‘끝(the end)’이라는 자막이 등장하며 시리즈가 완결됐음을 선언했기에 더 이상의 새 시리즈는 없었다. 원작자인 로버트 저매키스 감독과 극작가 밥 게일이 애초 구상한 이야기의 촘촘한 연결이 세 편의 시리즈를 통해 완성된 퍼즐 같은 구조를 이뤘기 때문이다. 주인공 마티 맥플라이 역의 마이클 J 폭스가 뜻하지 않게 파킨슨병을 앓게 된 것도 새 시리즈가 나오지 않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제작진이 선택한 것은 오히려 다른 미디어를 통한 도전이었다. 영화가 원작인 무대용 뮤지컬을 의미하는 ‘무비컬’로의 탈바꿈이다. 무대에서 라이브로 시간 여행을 떠난다는 발상의 전환은 그 자체로 이미 매력 넘치는 데다 노래와 춤, 무대만의 마법 같은 비주얼 효과는 상상만으로도 흥미 넘치는 시도가 아닐 수 없다. 무대는 특히 많은 사랑을 받은 1편의 내용을 차용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뮤지컬 ‘백 투 더 퓨처’에는 영화 제작진이 고스란히 참여했다. 이 덕분에 휴이 루이스 앤드 더 뉴스의 ‘파워 오브 러브’와 과거로 돌아간 마티가 부모님의 무도회에서 직접 연주하는 척 베리의 ‘자니 비 굿’이 영화에서와 똑같이 실감나게 등장한다. 클라이맥스 장면에도 앨런 실베스트리의 영화음악이 그대로 흐른다. 영화를 추억하는 중장년층은 물론 원작을 못 본 신세대도 흥미를 느낄 수 있다.
이른바 ‘싱크로율’이 높은 배우들의 연기도 감탄과 탄성을 자아낸다. 주인공 마티 역의 올리 돕슨과 브라운 박사 역의 로저 바트, 아버지 조지 맥플라이 역의 휴 콜스, 어머니 로레인 베인즈 역의 로자나 하이랜드는 포스터를 찢어 붙인 듯 영화 이미지와 흡사하다. 물론 뮤지컬이니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까지 더해져 꽤 만족스러운 체험을 추가로 안겨준다. 지난주부터 맨체스터 오페라하우스에서 막을 올린 월드 프리미어의 성공적인 개막은 향후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행보를 한층 가볍게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브로드웨이 진출도 시기만 정하면 된다는 ‘훈훈한’ 후문도 들린다.
무비컬 제작에는 국내 기획사인 CJ ENM이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무대는 또 얼마나 큰 부가가치를 탄생시킬까. 세계 공연가의 흥미로운 도전이 만들어낼 ‘미래’가 궁금한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