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천국, 웰빙 부국(富國)….’ 한국에서 스웨덴 이미지는 대개 이런 쪽으로 경도돼 있다. 특권 없는 나라, 청렴 행정, 무엇보다도 투명한 사회라는 사실은 간과돼 왔다. 국제투명성기구(TI)의 국가별 부패 조사에서 늘 최상위권이고, 국회의원은 한 명의 개인 보좌관도 없이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나라가 스웨덴이다.
“상시 전속 운전기사는 국왕에게만 있습니다.” 김대중 정부 때 정부개혁실 주최로 서울에서 열린 ‘공공혁신 포럼’에 참석했던 스웨덴의 공공개혁 업무 책임자가 기자에게 들려준 얘기가 아직도 새롭다. 우리는 스웨덴의 이런 진면목을 잘 몰랐다. 부의 축적과 사회적 합의에 따른 ‘결과로서의 복지제도’를 보느라 인적자원 개발과 투명성 제고에서 앞서면서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해 노력해 온 ‘선진 국가’ 스웨덴의 모습에는 덜 주목해왔다. 현상에 매몰될 때 빠질 수 있는 오류다.
“미래에 가장 먼저 도달한 나라.”(영국 이코노미스트) “자유가 가져다준 부, 동시에 부가 가져다 준 자유의 나라.”(《스웨덴은 이런 나라다》, 이재석 단국대 교수) 이런 평가도 있지만 스웨덴에서도 투명성·청렴도·효율성에서 더 앞선 기관이 있고 뒤처지는 곳도 있다.
시민단체 ‘한국납세자연맹’이 어제 이와 관련해 이색적인 분석 자료를 냈다. “스웨덴에서 공공기관 평가로 권위 있는 포럼인 크발리텟메산이 자국 내 337개 공공기관 가운데 국세청을 조직관리에서 앞선 ‘가장 현대적인 기관’으로 선정했다”는 내용이다. 선정 이유가 흥미롭다. ‘공포스러운 세금 징수기관’으로 시작해 ‘서비스 기관’으로 완전히 변신했다는 것이다. 납세자의 83%가 ‘국세청을 신뢰한다’, 97%가 ‘괜찮은 응대를 받았다’는 조사가 근거로 인용됐다. 세무서는 스웨덴 같은 곳에서도 ‘무서운 곳, 기피대상’이었던 모양이다.
한국 국세청은 좀 더 분발해야겠다. 국세청에 대한 신뢰도가 아직은 ‘전적으로 신뢰한다’ 1.1%, ‘약간 신뢰한다’가 12.6% 정도다(2015년, 조세재정연구원).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한 그룹은 정치권과 복지만능주의자들일 것이다. 스웨덴이 복지에 치중했기에 잘사는지, 잘살게 되면서 좋은 복지시스템도 구축할 수 있었는지, 인과관계에 대한 깊은 성찰과 연구가 필요하다. 4월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또 얼마나 많은 ‘선량’후보와 정당이 “스웨덴 복지를 따라가자”고 외쳐댈지, 두려운 관전 포인트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