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더불어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전 강원지사)이 4·15 총선 출마 의지를 밝혔다. 지난달 30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로부터 출마를 요청받은 후 한 달간의 장고 끝에 굳힌 결심이다. 출마지는 이 위원장의 연고지이자 민주당 험지인 강원 지역으로 굳어졌다. 여권 내 ‘총선 위기감’이 커지자 ‘노무현의 남자’로 강원도에서 정치적 입지를 다진 이 위원장이 결국 등판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위원장 “출마 곧 정할 것”
이 위원장은 2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 “주말 강원도에 머물면서 많은 말씀을 경청하려 한다”고 답했다. 이날 강원 춘천 민주당 강원도당에서 열린 ‘강원도 평화지역 현안 및 공약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그는 “이번 선거는 정권 심판이 아니라 국회 심판”이라며 “총선 출마에 대해 곧 마음을 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이 위원장이 출마 선언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 위원장 측근은 “3·1절 전후로 본인 거취를 공식적으로 밝힐 것으로 보인다”며 “당이 어떤 결정을 하든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으로 정리됐다”고 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이었던 이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함께 ‘우광재, 좌희정’이라고 불릴 정도로 친노(친노무현) 핵심 인사다. 2011년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피선거권이 내년까지 박탈됐지만,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되면서 출마가 가능해졌다. 이 위원장은 학창시절을 보낸 강원 원주갑 출마가 유력하다. 조만간 원주로 이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은 이 위원장 카드로 강원 지역에 ‘민주당 바람’이 불길 기대하고 있다. 강원은 박근혜 정부 심판론이 일어난 20대 총선에서도 새누리당에 몰표를 준 민주당 험지다. 강원 지역구 여덟 곳 가운데 살아남은 민주당 후보는 송기헌 의원(원주을) 한 사람뿐이었다. 이 위원장은 보수세가 강한 강원에서 17, 18대 의원(태백·영월·평창·정선)을 지냈으며 도지사까지 당선됐다.
영입인재 최지은, ‘부산 험지’로
총선 후보가 점차 윤곽을 드러내면서 민주당 내에서는 잡음도 잇따르고 있다. 당장 이날 영입인재인 최지은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가 부산 북·강서을 출마를 선언한 것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최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출마선언문을 통해 “정치 신인으로 북·강서을의 큰 비전과 지역주민들의 살림을 잘 챙길 수 있는지, 잘 대변할 수 있는지 밤잠을 설치며 고민했다”며 “오랜 심사숙고 기간을 마치고 북·강서을 출마 결심을 하게 됐다”고 했다. 민주당은 부산 출신인 최 이코노미스트에게 북·강서을 출마를 권유해왔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영입인재를 ‘총선용 간판’으로 활용하고 험지로 보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북·강서을은 노 전 대통령이 16대 총선에서 도전해 고배를 마신 곳이다. 민주당에서는 ‘험지 중의 험지’로 꼽힌다. 최 이코노미스트 역시 처음에는 북·강서을 출마를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승희 민주당 의원은 전날 서울 성북갑 경선에서 김영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 패배한 데 대해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유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저에 대한 당원과 주민들의 신뢰와 믿음에 비해 너무나 왜곡된 결과가 나왔다”며 “당헌·당규에 의거해 이의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경기 김포갑이 전략공천지역으로 선정되면서 경선 기회를 잃은 유영록 전 김포시장은 이날 민주당을 탈당했다. 유 전 시장은 “‘낙하산 전략공천’이라는 당의 결정은 이제 당을 떠나라는 메시지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서운함을 드러냈다. 민주당은 지난 19일 김두관 의원이 떠난 김포갑에 김주영 전 한국노총 위원장을 공천했다.
조미현/김소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