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으로 고사(枯死) 위기에 몰린 케이뱅크의 새 행장 선임 작업이 본격화됐다. 행장 자리를 둘러싼 ‘물밑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후보 추천의 ‘키’를 쥐고 있는 주요 주주인 KT와 우리은행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KT·우리銀 추천 후보는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이날 첫 회의를 열어 차기 행장 선임 논의를 시작했다. 초대 행장인 심성훈 행장의 임기는 다음달 끝난다.
행장 선임에는 주요 주주인 KT와 우리은행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의결권이 없는 전환우선주까지 포함한 지분 비율로는 KT가 1대 주주(18.8%), 우리은행이 2대 주주(14.1%)다. 의결권 있는 보통주 지분 비율로 보면 우리은행이 13.79%로 1대 주주다. 애초 KT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기점으로 지분 28~39%를 확보해 1대 주주로 올라설 계획이었다. 지난해 4월 KT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되면서 대주주 전환이 미뤄졌다.
KT에선 다음달 임기가 끝나는 이문환 비씨카드 사장을 유력 후보로 미는 분위기다. 이 사장은 KT에서 전략기획실장 경영기획부문장 기업사업부문장 부사장 등을 지냈다. 2017년부터는 비씨카드에서 정보기술(IT)과 금융을 융합하는 데 힘썼다. 카드업계에서 처음으로 QR코드 결제를 선보인 게 대표적인 예다.
우리은행이 어떤 의견을 보일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그동안 케이뱅크에는 ‘행장은 KT 추천, 부행장은 우리은행 추천’이란 암묵적인 공식이 있었다. 현재 케이뱅크에는 우리은행 뉴욕지점 수석부지점장, 경기동부영업본부장 등을 지낸 정운기 부행장이 일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심 행장의 연임과 케이뱅크 내부 출신이 선임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위기 탈출 가능할까
케이뱅크 임원후보추천위는 이날 첫 회의를 시작으로 3~4차례 더 회의를 열어 다음달 중순까지 최종 후보를 결정할 계획이다. 임원후보추천위가 추천하는 최종 후보는 다음달 말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2년 임기를 시작한다.
케이뱅크는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출범 당시 20여 개사가 지분을 쪼개 보유하는 등 주주 구성이 복잡했고 대주주 지분이 미미했다. 의사결정 과정과 사업 확장에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3분기에는 742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자산은 2조8239억원, BIS 자기자본비율은 11.85%에 불과하다. 전체 은행권을 통틀어 최하위권이다. 케이뱅크보다 3개월 늦은 2017년 7월 출범한 카카오뱅크의 성장세와 비교하면 차이가 두드러진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9월 가입자 1000만 명을 넘겼다. 케이뱅크 가입자(지난달 기준)는 아직 122만 명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4월부터 10개월 넘게 대출 영업을 중단하고 있다. KT를 대주주로 전환해 자본을 확충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KT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가 있다는 이유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중단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다음달 4일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을 심사할 예정이다. 이 법이 개정돼 KT가 대주주로 승인되면 케이뱅크는 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확충하고 대출 영업을 재개할 수 있게 된다.
정지은/김대훈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