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우려로 집을 보러올 손님도 집을 보여줄 집주인도 없어요. 중개업소들도 한 집 걸러 한 집이 문을 닫았습니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 B부동산 중개업소 대표)
대구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부동산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19 감염자가 무차별적으로 늘면서 거래가 뚝 끊겼다. 중개업소를 찾는 방문객이 크게 줄고 매수자와 매도인 모두 대면 거래를 꺼리면서 주택과 관련한 매매 행위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중개업소들, 문 닫거나 전화 응대만
27일 <한경닷컴>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대구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 18일 이후 아파트가 거래된 건수는 167건에 불과했다. 확진자 발생 전 약 일주일간 거래건수가 420건을 넘어 섰던 것과 비교하면 매매거래가 60% 넘게 감소한 셈이다.
대구에선 중개업소 관계자가 고객과 함께 부동산 매물을 보러 다니는 행위는 사실상 거의 사라졌다. 대면 거래가 불가피한 부동산 시장의 특성에 따라 거래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환자는 1000명을 넘어섰다. 이 중 대부분의 확진환자는 대구와 경북에서 나왔다. 전체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수성구 T중개업소 대표는 “매매를 하려면 일단 집을 봐야할텐데 대구 전체에 코로나19 환자들이 퍼져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상황에서 집주인들이 생면부지의 사람을 집 안으로 들이려고 하지 않는다”며 “가뜩이나 대출 규제 등 정부의 각종 대책이 쏟아지면서 수성구 거래량이 많지 않은 편이었는데 이번에 전염병 공포까지 커지면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부 지역 중개사무소들은 아예 임시 휴업 조치에 들어가거나 문을 열지 않고 전화 상담만 받고 있다. 중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좁고 밀폐된 중개업소에도 여러 사람들이 들락날락 거리니 불안했다”며 “어차피 이 시점에 집을 사려고 방문하는 사람도 없을 것 같아 거의 전화 응대만 받는 중”이라고 했다. 달서구 P공인 대표도 “봄 이사철은 연중 최고 대목인데도 손님이 없어 썰렁하다”며 “전세 만기가 돼서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사 수요도 거의 없어 굳이 문을 열 필요성도 느끼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태 장기화하면 부동산시장 침체 불가피"
전문가들은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대구 부동산시장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거래절벽 현상이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지가 관심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거래가 뜸할지언정 집값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부동산 시장이 보합이나 극소수 급매물도 나타날 수 있지만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일반인들은 본전 심리가 있어서 집값 내린다고 투매에 섣불리 동참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거래 시점이 좀 더 미래로 이연될 뿐이며 큰 폭의 가격 하락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에도 거래는 줄었지만, 집값이 오른 기록이 있다. 부동산114의 분석에 따르면 메르스 유행기였던 2015년 5월부터 12월까지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매월 0.21~0.53% 상승했다. 전염병 유행에 따라 집값이 위축되지는 않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과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보다 더 큰 충격을 가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현재의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과거 메르스와 비교해 훨씬 빠른데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역시 규제 강화에 맞춘 만큼 충격파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대구 전역이 사실상 감염 사정권에 들어갔다는 점도 그 이유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메르스는 병원 중심 전파였던데 반해 코로나는 지역사회 감염이 광범위하고 위기 경보 역시 심각 단계까지 이르러 투자 심리에 미치는 악영향은 훨씬 크다”며 “현재로선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질 않고 이대로 상황이 6개월 이상 장기화된다면 부동산시장 전반이 침체 국면에 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