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올해 첫 정기 주주총회 테이프를 끊은 계면활성제 제조업체 미원화학의 울산 남구 장생포로 본사 5층 주총장은 썰렁했다. 새로 선임된 사외이사와 10여 명의 미원화학 관계자만 참석했을 뿐 대부분 자리가 텅 비었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 외에 전체의 33.4%를 차지하는 소액주주 중 이날 주총 현장을 찾은 주주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로 주총장 방문을 꺼린 탓이다.
소액주주가 전원 불참한 가운데서도 미원화학이 이날 상정한 감사·이사 보수 한도 승인 및 정관 변경 등 안건은 모두 통과됐다. 미원화학의 최대주주 측 지분율이 높은 덕분이었다. 미원화학의 최대주주는 김정돈 미원상사그룹 회장이다. 김 회장을 비롯해 김 회장의 친인척과 미원화학·계열사 임원 지분율이 총 54.23%에 달해 대부분 안건의 의결 정족수를 채울 수 있었다.
문제는 감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안이었다. 감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안에는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룰’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나머지 의결 정족수를 소액주주들로 채워야 한다는 의미다. 미원화학 임직원은 이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해 주총 일정 확정 후 한 달가량 전국 소액주주를 직접 찾아다니며 위임장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대주주 측 지분율이 높지 않은 상장사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가뜩이나 소액주주의 주총 참여율이 저조한데 코로나19 확산까지 겹쳐 의결 정족수 미달로 안건이 줄줄이 부결되는 사태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상법에서 규정한 주총 보통결의 기준은 ‘출석 주주 50% 이상 찬성+전체 주주 25% 이상 찬성’이다. 재무제표 승인 등 간단한 안건을 통과시키려고 해도 전체 주주의 4분의 1이 넘는 찬성표를 받아야 한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전자투표 도입이 늘고 있지만 행사율은 여전히 저조하다. 지난해 정기 주총 때 기업별 발행주식 수 대비 전자투표 행사율은 평균 4~5% 수준이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