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서울시가 도심의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의 하나로 추진하는 ‘가로주택정비사업’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부분 소규모 사업으로 진행되는 데다 분양가 상한제 등의 규제까지 적용받아 공급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정부는 12·16 부동산 대책 발표 당시 가로주택정비사업 규제를 완화한 데 이어 다음달쯤 발표할 주택 공급대책에 이 사업 활성화 방안을 추가로 내놓을 예정이다.
최근 2년간 900가구 공급이 전부
이른바 ‘미니 재건축’으로 불리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추진 근거는 2018년 2월 시행된 ‘빈집 및 소규모 주택정비에 관한 특례법’이다. 당시엔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쉽지 않은 소규모 사업장의 정비 수단으로 주목받았으나 실적은 저조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금까지 2년간 가로주택정비사업을 목표로 설립된 조합은 29개다. 이에 따른 공급 증가분은 896가구에 그쳤다. 사업장당 평균 30가구가 일반분양 분으로 공급된 셈이다. 자치구별로 29개 조합은 성북, 강북, 마포, 강서, 구로, 금천, 영등포, 강남, 송파, 강동구 등에서 세워졌다. 이 가운데 송파구와 강동구의 조합 수가 각각 7개로 가장 많지만 향후 정비사업을 통해 증가하는 가구 수는 사업장당 평균 11.5가구에 불과하다.
실제 사업이 추진된 사례도 극히 드물다. 빈집법 시행 이후 서울에서 착공된 단지는 강남구 대치동 현대타운(투시도)이 유일했다. 기존 노후 주택 29가구가 있는 대치동 1019 일대에 지하 4층~지상 11층 두 개 동, 42가구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작년 10월 8일 착공에 들어가 올 11월 7일 완공 예정이다. 일반분양은 조합원 물량 31가구를 제외한 11가구가 전부다.
건설업계에선 가로주택정비사업이 부진한 원인으로 ‘사업성 부족’을 꼽는다. 일반분양 물량이 많지 않아 수익성이 떨어지는 데다 사업이 성공한다 해도 ‘나홀로’ 단지라는 한계 때문에 재건축 방식에 비해 집값 상승률이 현저히 낮은 편이다. 신동아건설 관계자는 “주민설명회를 개최해도 분담금 이야기가 나오면 부담스러워해 사업을 시작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강남 대치동 학원가나 초역세권 지역을 제외하고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도 ‘복병’
정부는 12·16 대책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 규제 완화 방침을 내놓았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도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기업이 참여하고 공공임대주택 10% 이상 공급 등 요건을 충족하면 사업 시행 면적을 기존 1만㎡에서 2만㎡까지 최대 두 배로 넓혀주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러나 현장에선 이 같은 인센티브 제도가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제조건인 공공성 요건을 충족하면 이전에 비해 사업성이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한 구청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을 막아 진행이 어려우니 가로주택정비사업이라는 틈새시장을 노리는 것”이라며 “하지만 사업성이 높지 않아 관심 있는 주민이 없다”고 말했다.
일반분양 물량이 30가구를 넘으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이렇다 보니 조합들은 일반 공급 물량을 30가구 미만으로 줄이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가뜩이나 소규모 사업인 상황에서 공급 물량이 늘어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선 LH와 같은 공기업이 공동시행사로 참여해 공공임대를 10% 이상 공급해야 하지만 이럴 경우 사업성이 더 떨어져 차라리 분양 물량을 줄이는 방식이다.
송파구의 한 사업장은 30가구 이상 일반분양하면 상한제에 해당돼 3.3㎡당 예상 분양가 3400만원에 크게 못 미쳐 분담금이 현재 1억원에서 많게는 1억5000만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마포구 합정동 447 일원’의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 관계자도 “당초 102가구 일반분양을 계획했는데 30가구 이상이면 상한제 적용 대상이 돼 조합원 사이에서는 주택형을 늘리더라도 30가구 미만으로 분양하자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 전문가는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부족한 만큼 획기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커뮤니티 시설이 없는 ‘나홀로 단지’로 미래 가치가 떨어져 투자 수요가 없다”며 “사업시행 면적과 층수 규제를 획기적으로 완화해 사업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