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25일(04:1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반도그룹 관계사의 키위미디어그룹 인수 회생계획안이 채권자 관계인집회에 단독 상정될 예정이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14일 키위미디어 채권자들로 구성된 엘엔피컴퍼니 컨소시엄(이하 채권단)이 제출한 회생계획안을 배제했다. 법원은 또 내달 3일 개최되는 관계인집회에 반도그룹 관계사인 퍼시픽산업이 대표를 맡고 있는 컨소시엄(이하 퍼시픽산업 컨소시엄)의 인수합병(M&A) 회생계획안만 단독 상정하기로 결정했다.
퍼시픽산업은 권홍사 반도그룹 회장의 딸 부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관리 회사다.
매각주관사 삼일PwC과 법원은 작년 말 예비입찰에서 인수가격 132억원을 제시한 퍼시픽산업 컨소시엄을 키위미디어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조건부 투자계약(스토킹호스)을 맺었다.
당시 채권단은 퍼시픽산업 컨소시엄보다 높은 인수가격을 제시하며 예비입찰에 참여했지만 인수전에서 떨어졌다. 자금조달 증빙에 실패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21일 이뤄진 본입찰에는 채권단을 비롯해 다른 인수희망자들이 참여하지 않아 퍼시픽산업 컨소시엄의 조건부 계약은 확정계약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지난 6일 채권단이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며 사실상 키위미디어 인수에 또 다시 나섰다. 현재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채권자 역시 회생계획안을 제출할 수 있다.
채권단은 키위미디어에 대해 149억원 가량의 전환사채(회생채권액의 57%에 해당)를 보유하고 있다. 채권단은 84억원의 신주인수대금을 납입해 나머지 다른 채권자들의 변제율을 높이는 대신, 자신들의 전환사채 등 일부는 출자전환하는 방식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고심 끝에 채권단 측 회생계획안을 배제하고 퍼시픽산업 컨소시엄의 회생계획안만 관계인집회에 단독 상정하기로 결정했다. 법원은 "채권단 회생계획안은 법원의 허가 없이 수의계약 형식으로 특정인을 채무자의 신주인수인으로 정했기 때문에, 법원의 허가를 받아 체결된 퍼시픽산업 컨소시엄의 조건부 투자계약 이행과 양립될 수 없다"고 배제 사유를 밝혔다.
채권자들 사이에서는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다. 현재 법적으로는 채권자의 회생계획안 제출이 가능한데도 법원이 합당한 근거 없이 배제했다는 비판이다.
특히 앞서 레이크힐스용인컨트리클럽 운영사인 일송개발의 회생절차에서 법원이 채권자들의 회생계획안을 무제한 받아준 것과 비교해 "법원이 재판부별로 오락가락한 탓에 시장에 혼선을 주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퍼시픽산업 컨소시엄의 키위미디어 인수가 채권자 관계인집회에서 좌절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회생계획안 인가를 위해 필요한 회생채권자 동의율은 66.7%다. 법원에 의해 회생계획안이 배제된 채권단은 전체 회생채권의 57%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퍼시픽산업 컨소시엄 안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할 경우 퍼시픽산업의 키위미디어 인수는 무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