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및 모자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인 화승엔터프라이즈가 15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다.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서다.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연기 사태로 메자닌(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 시장이 위축됐음에도 대규모 CB 발행이 가능한 것은 회사의 매력 때문이라는 평가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화승엔터프라이즈는 전날 사모펀드(PEF) 세 곳을 대상으로 1500억원 규모의 영구 CB를 발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납입일은 다음달 17일이고, 전환 청구기간은 그로부터 1년 뒤인 내년 3월17일부터다. 표면이자율은 0%, 만기이자율은 연복리 2%로 정해졌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사실상 조달 비용이 없는 조건"이라며 "주식 전환이 가능한 내년 3월17일부터 전체의 12.38%만큼 주식수가 증가함에 따라 매물 부담이 있으나, 올해와 내년 호실적을 바탕으로 이 기간 기업가치가 크게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같은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그동안 화승엔터가 보여준 행보에 더해 이번 자금이 추가 성장을 위한 재원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화승엔터는 CB 발행의 목적을 ODM 사업의 영역 확장과 수직계열화를 위한 자금 조달이라고 밝혔다.
아디다스의 신발을 만들고 있는 화승엔터는 지난해 초 나이키를 주 고객사로 둔 베트남 모자생산 기업 유니팍스의 지분 50%을 인수했다. 유니팍스의 2019년 실적은 매출 400억원, 영업이익률 15%로 추정되고 있다. 올해는 생산능력을 2배 확장할 예정이다. 또 지난해 말에는 소재로 쓰이는 갑피와 원사 제조 공장을 인수해 수직계열화를 추진하고 있다.
화승엔터의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734억원과 3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와 129% 급증했다.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돈 수치다.
다만 투자 및 성장 전략에 대한 검증 과정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략이 회사의 생각대로 진행되는지와 실적의 방향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슈로 아디다스 아시아 사업에 대한 우려도 있다.
손효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바이러스 영향도 화승엔터에게는 제한적"이라며 "오히려 고객사 중국 물량이 화승엔터의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공장으로 넘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반대 의견을 내놨다.
한민수/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