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비상이 걸리면서 대한민국 국회도 마비 상태에 이르렀다. 이에 4월15일에 치러질 총선 연기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25일 오전 현재 국내 확진환자는 843명으로 2월 둘째주 이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23일엔 전국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600명을 넘어서면서, 정부는 위기경보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국회와 법원은 일시적, 부분적으로 멈춰섰고 전국 학교는 개학을 연기했다. 주민들이 평소 즐겨 이용하던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시설 대부분도 문을 닫거나 잠정 폐쇄에 들어가는 등 사상 초유의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심지어 국회도 마비상태에 이르렀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국회 행사에 참여한 것이 확인되면서 전날 국회 본회의도 전격 취소됐다. 이에 여야는 예정된 대정부 질문 등 의사 일정을 취소하고 행사 참석자 등을 파악하고 있다. 전날 오전 심재철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확진자와의 접촉으로 감염 검사를 받게 되면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본회의 순연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출입문에는 열감지기가 설치됐고, 경위 등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경비를 서고 있다. 정치권에선 국회의원이나 직원 중 확진자가 나온다면, 입법 공백이 야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실상 4·15 총선 선거운동도 중단된 상태다. 민주당은 대면접촉 선거운동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총선 연기론까지 등장하고 있다.
설훈 의원은 총선 연기론에 대해 "법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해방 이후에 한 번도 없었다"면서 "현재 조건에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지만, 상황이 더 악화하면 어떤 상황이 올지 모르니 그때는 또다시 생각해야 될 문제"라고 언급했다.
유성엽 민생당 공동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요즘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마을회관이나 경로당방문도 굉장히 꺼리기 때문에 선거운동을 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번주 코로나19 사태의 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총선 연기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공직선거법상 천재·지변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국회의원 선거를 연기할 수 있는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검토된 바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편, 사법부도 제한적인 재판 운영에 들어갔다. 조재연 대법원 법원행정처장은 전날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을 통해 긴급을 필요로 하는 사건(구속 관련·가처분·집행정지 등)을 제외한 나머지 사건의 재판 기일을 연기·변경하는 등 휴정기에 준하는 재판기일 운영을 권고했다.
법원행정처가 전국 법원에 휴정을 권고한 것은 처음이다. 과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등 다른 전염병 때도 이 같은 권고는 없었기 때문이다.
법원행정처는 불가피하게 재판을 열어야 하는 상황이라도 방청객뿐 아니라, 재판 당사자와 참여관 등에게도 마스크 착용을 허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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