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특허검색기 개발한 '고교발명왕'…"글로벌 특허검색 시장 도전하겠다"

입력 2020-02-24 17:10
수정 2020-02-25 01:55
“과학고 시절 친구들이 발명품 10개를 낼 때 홀로 60개를 낼 정도로 ‘연구벌레’였죠. 하지만 유사 연구가 이미 있어 번번이 특허 출원에는 실패했습니다.”

박상준 디앤아이파비스 대표(사진)는 지난 21일 서울 역삼동 케이스퀘어에서 기자를 만나 인공지능(AI) 특허조사관 ‘브루넬’을 개발한 배경을 이같이 밝혔다. 박 대표는 고려대 기계공학부에 재학 중인 ‘대학생 창업가’다. 그는 AI 선행기술조사 검색 서비스를 상용화하기 위해 학업과 군 복무를 미루고 2018년 3월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약 2년에 걸친 연구개발(R&D)과 대기업 현장테스트를 거쳐 지난해 9월 브루넬 서비스를 정식으로 시작했다. 1인 스타트업이었던 디앤아이파비스는 15인 규모의 벤처기업으로 성장했다.

박 대표는 “AI는 사람의 업무를 간소화하기 위한 혁신기술”이라고 강조했다. 브루넬의 강점은 간단한 특허 검색 과정이다. 검색창에 말하듯 자연스러운 문장을 입력하면 AI가 전 세계의 비슷한 특허를 찾아준다.

브루넬의 핵심 기술은 이 업체가 개발한 SS-IP(Semantic Search for IP Field)다. 이 솔루션은 검색어의 의미를 파악하는 ‘브루넬 형태소 분석기’, 유의어를 자동으로 찾아주는 ‘브루넬 시소러스’, AI가 검색어와 기존 특허의 유사성을 분석하는 ‘브루넬 머신 러닝’으로 구성된다.

브루넬의 검색 자료는 특허청이 제공하는 국내외 지식재산권 데이터를 활용한다. 특허청 데이터베이스(DB)를 외장하드로 옮겨 브루넬만의 DB 서버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박 대표는 “회사 설립 후 한 달간 특허청 관계자를 쫓아다닌 끝에 5억원 상당의 특허 데이터를 무상으로 받았다”며 “로(raw) 데이터를 AI가 판독 가능한 데이터로 가공하는 데만 4개월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개발된 브루넬은 LG CNS에서 2018년 10월부터 약 10개월에 걸쳐 현장테스트를 했다. 특허 조사관 세 명이 1주일가량 수행한 선행기술조사 업무량은 브루넬 도입으로 한 명이 1시간 만에 해낼 정도로 줄었다. LG는 디스플레이, 통신, 가전 등 지식재산권 경쟁이 치열한 그룹 내 6개 분야까지 브루넬을 적용할 계획이다.

해외 진출 발판도 마련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140여 개국과 맺은 특허협력조약(PCT) 덕분에 특허청 DB만으로도 세계 대부분 특허를 검색할 수 있어서다. 한국어 또는 영어 검색어를 입력하면 브루넬 번역 엔진이 세계 각국 언어로 기록된 특허를 찾아주기 때문에 글로벌 지식재산업계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