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너무나 다른 韓·美 '코로나19' 대응

입력 2020-02-24 18:15
수정 2020-02-25 00:25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보며 두 가지에 놀랐다. 첫째, 평소 미국답지 않은 발 빠른 대응이다. 미국은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곧바로 자국민의 중국 여행을 금지했다. 이때가 1월 30일이었다. 하루 뒤엔 “2월 2일부터 중국을 방문한 지 14일이 지나지 않은 외국인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미·중 항공편 운항도 중단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의 전염병 통제 능력을 믿는다”고 밝히고, 중국이 미국의 조치를 “정치적 결정”이라고 비난할 때였다. 그래도 미국은 감염원 유입 차단을 방역 1순위 과제로 올렸다.

둘째,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자세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21일 코로나19와 관련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병)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학교와 기업을 수주간 폐쇄한 것과 같은 일을 미국이 실행해야 할 날이 올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21일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34명뿐이고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다. 그런데도 섣부른 낙관론 대신 최악의 가능성을 거론한 것이다.

美, 과하다 싶을 만큼 대응

한국은 달랐다. 이런저런 이유로 중국발 외국인 입국을 막지 않았다. “창문 열어놓고 모기 잡느냐”는 지적에 주무장관 입에선 “겨울이라 모기가 없다”는 ‘농담’ 같은 답변이 나왔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코로나19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뭘 믿고 그랬는지 모르겠다.

한국은 현재 중국 다음으로 코로나19 오염이 가장 심한 나라가 됐다. 발병지 우한이 속한 후베이성을 빼면 중국의 웬만한 지역보다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빠르다.

이렇다 보니 이제는 우리가 다른 나라에서 ‘한국발 입국 금지’와 ‘한국 여행 금지’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해야 할 판이다. 이스라엘이 22일 한국인 등 탑승객 177명의 입국을 거절하고 그대로 돌려보낸 것과 같은 일이 언제 어디서 또 일어날지 모른다. 한국에서의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격상하고 입국을 금지하거나 입국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나라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라는 말이 거짓말처럼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아니, 중국은 오히려 한국과 일본에 대고 “중국은 전염병과의 전쟁에 성공하고 있는 반면 이들 이웃나라는 그렇지 않다”(관영 글로벌타임스)며 적반하장으로 큰소리를 치고 있다.

韓, 中 입국 놔두고 "곧 종식"

물론 한국이 미국처럼 중국발 입국을 초기에 금지하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엔 ‘국민 안전이냐, 중국과의 관계냐’에서 ‘국민 안전’을 택했어야 한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미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중국발 입국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심지어 중국의 우방인 러시아와 북한마저 중국과의 국경을 봉쇄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의 주범 중 하나인 ‘신천지’ 교회의 비상식적 활동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정부의 초기 감염원 차단 실패 책임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 대표 시절인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이런 성명을 냈다. “대한민국은 과거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 단 한 명의 사망자 없이 철통방어했고, 세계적으로 최고의 평가를 받았던 나라입니다. 변한 것은 정부를 지휘하는 사령탑뿐입니다. 메르스 슈퍼 전파자는 다름 아닌 정부 자신이었습니다.” 지금 이 성명을 얘기하는 국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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