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옷 사러 아무도 안와"…패션업계 개점휴업

입력 2020-02-24 17:23
수정 2020-02-25 02:1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패션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 공장 의존도가 큰 도매상, 중소 브랜드들은 공급 차질로 고민에 빠졌다. 중국 공장 의존도가 낮은 대기업도 매장이 비어가자 “사실상 봄 장사는 망쳤다”는 말이 나온다. 앞으로도 문제다. 당장 판매할 봄 상품은 이미 국내에 들어왔지만 여름 제품부턴 중국산 원부자재, 완제품 등을 가져오지 못할 경우 단가가 높은 공장으로 이전해야 할 처지다.

영세업체일수록 타격 커

타격이 큰 패션업체는 규모가 작은 보세의류(브랜드가 없는 옷) 업체, 도매상 등이다. 이미 대기업들은 방글라데시,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으로 공장을 분산시켰지만 영세한 곳일수록 중국 공장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중국산 의류의 국내 수입량도 해마다 늘어 2017년엔 7909만6000달러(약 965억원)어치가 들어왔다.

한 중소 패션기업 관계자는 “동대문에서 판매하는 보세의류, 라벨만 바꿔 달아 판매하는 작은 규모의 패션 브랜드들은 당장 판매에 차질이 생겼다”며 “급하게 다른 나라 공장을 알아보곤 있지만 생산단가가 맞지 않거나 원하는 소재, 디자인을 맞추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도 긴장하고 있다. 매장엔 봄 신상품이 깔렸지만 외출을 삼가는 분위기 때문에 매출이 ‘0’(제로)에 가깝다. 이 같은 분위기가 언제까지 갈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게 더 큰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빈폴, 에잇세컨즈 일부 제품을 중국 칭다오, 다롄의 협력공장으로부터 받고 있다. 삼성물산은 올해 봄·여름 신제품의 96%가 국내에 들어온 상태여서 문제가 없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가을 신상품 생산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LF, 이랜드, 신성통상 등도 당장은 큰 타격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 대기업 관계자는 “따뜻한 날씨 때문에 겨울장사도 망쳤는데 봄옷을 열심히 팔아야 할 이때 코로나19 사태로 매장을 찾는 발길이 아예 없다”며 “명동, 홍대 등 임대료가 비싼 곳은 매장 존폐를 우려해야 할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대로면 “가격 인상 불가피”

중국 공장에서 직접 완제품을 생산하지 않더라도 중국산 원·부자재를 사용해 동남아시아, 국내에서 생산하는 곳이 많다는 것은 약점이다. 특히 방글라데시는 섬유 원자재 가운데 50% 정도, 베트남은 40%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비축 물량이 동나면 말레이시아, 인도 등에서 수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패션기업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특히 자라, H&M, 유니클로 같은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들은 트렌디한 신상품을 매주 생산해 전 세계에 보내야 하기 때문에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이미 대부분의 회사는 중국 공장 문을 닫은 상태다. 이 때문에 가을 신상품부터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국 공장 의존도가 높은 브랜드로는 프라이마크, 갭, 망고 등이 대표적이다. 영국 프라이마크는 세계 1033개 공장 가운데 중국에서 525개를 가동 중이다. 망고는 전체 생산량의 60%를 중국 327개 공장에서 생산 중이고, 자라는 30%에 해당하는 449개를 운영 중이다. 미국의 갭도 177개 공장을, 팀버랜드는 147개를 중국에 두고 있다.

한 글로벌 브랜드의 한국지사 관계자는 “저가 브랜드일수록 중국 생산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