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입법부와 사법부를 마비시키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 공포에 국회가 문을 닫으면서 피해복구에 나설 국회 특위의 출범이 미뤄지고,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국 법원에 휴정이 권고되고 검찰은 소환조사까지 연기하는 등 사법 시스템도 멈춰서고 있다.
국회 일정 연기…회관·도서관도 통제
국회는 24일 예정됐던 본회의 일정을 여야 합의로 미뤘다. 한민수 국회 대변인은 긴급 브리핑을 통해 “문희상 국회의장은 코로나19와 관련된 보고를 받고 본회의를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본회의가 취소되면서 여야가 합의한 국회 코로나19대책특별위원회 구성이 무산됐다. 이날 본회의 안건으로 함께 오른 정보위원회·교육위원회 위원장 선출, 노태악 대법관 임명동의안 처리, 국민권익위원 선출 등 처리도 무기한 연기됐다. 정세균 국무총리 등을 상대로 한 정치·통일·외교·안보 분야 국회 대정부질문도 취소됐다.
본회의뿐 아니라 24~26일 예정됐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등 상임위 전체회의와 소위원회 일정도 취소됐다. 국회도서관도 휴관 조치에 들어갔다. 국회는 25일까지 본청, 의원회관, 도서관 건물 등을 소독한 뒤 26일 오전 9시까지 폐쇄하기로 했다.
與 대면 선거운동 중단…野, 감염 검사
총선 선거운동도 중단되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1주일이 코로나19 극복의 분기점인 만큼 민주당은 대면 선거운동을 전면 금지하고 코로나19 극복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은 확진자와 접촉한 심재철 원내대표 등에 대해 코로나19 감염 검사를 했다. 황교안 대표 역시 선제대응 차원에서 이날 오후 일정을 취소하고 코로나19 감염 검사를 받았다. 심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사학 혁신 방안, 무엇이 문제인가?’ 행사에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곽상도·전희경 의원 등과 함께 참석했다. 하 회장은 행사가 있던 날로부터 3일이 지난 22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정치권에서는 국회의원 또는 직원 중 확진자가 나오면 입법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관계자는 “이번에 밀린 일정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야 재개할 수 있으므로 당분간 정상적인 국회 의사일정이 어렵지 않겠느냐”며 “각종 민생 법안이 밀려 있고 곧 추경 심사도 본격적으로 시작될 텐데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사법부도 ‘비상’…軍 야외훈련 자제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법원과 검찰에도 재판기일을 연기하거나 소환조사를 최소화하라는 권고가 떨어졌다.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법원내부통신망 코트넷에 글을 올려 “구속 관련, 가처분 등 긴급 사건을 제외한 나머지 사건의 재판기일을 연기·변경하는 등 휴정기에 준해 재판기일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각급 법원에 당부했다. 이에 수원지방법원과 제주지법, 춘천지법 속초지원 등은 다음달 6일까지 2주 동안 임시 휴정하기로 했다.
검찰은 피의자와 참고인 등을 검찰청사로 불러 조사하는 소환조사를 가능한 한 줄이기로 했다. 구금시설에 구속된 피의자들에 대한 소환도 자제한다. 검찰 관련 행사는 최소화하고 검찰청 견학 프로그램 등도 연기하기로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검 순시 일정도 당분간 중단된다. 윤 총장은 일선 검찰청에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정부방침을 철저히 준수하고 국가 핵심기능인 형사 법집행에 공백이 없도록 대응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야외 훈련을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전국 야외 군사훈련을 전면적으로 통제하고 주둔지 훈련으로 대체하도록 할 것”이라며 “현재 야외훈련을 하고 있는 부대는 최단 시간 내에 주둔지 부대로 복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각 군의 신병 교육도 2주간 실내교육을 하고, 나머지 기간은 부대 내에서 군사훈련을 하도록 했다. 2주 실내 교육 때 환자가 발생하면 환자와 밀접 접촉자는 즉각 격리된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