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주요 문화·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시설이 일제히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에 들어갔다. 전시와 공연이 잠정 연기·취소되고 각종 행사도 잇따라 미뤄졌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으면 국내 모든 문화·전시 활동이 ‘올스톱’ 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소관 국립박물관·미술관·도서관 등 24개 기관을 잠정 휴관한다고 24일 발표했다. 앞서 휴관한 국립대구박물관(21일), 국립세종도서관(22일)에 이어 이날 국립지방박물관 9개 관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청주관이 문을 닫았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비롯해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지방박물관 3개 관, 국립민속박물관 등은 25일부터 휴관한다.
서울 예술의전당과 국립극장, 세종문화회관 등 주요 복합문화공간도 자체 기획 공연과 전시를 잠정 중단한다. 예술의전당은 24일부터 1주일간, 국립극장은 2주간, 세종문화회관은 다음달 말까지 기획 공연·전시를 하지 않기로 했다. 대관 공연·전시도 취소 및 중단을 권고하기로 했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대관 공연·전시 행사를 해당 업체가 취소·중단하면 대관료를 전액 환불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갤러리, 백남준아트센터 등 주요 민간 화랑·미술관도 전시를 중단하고 휴관에 들어갔다.
국공립 예술단체들의 공연 취소도 잇따르고 있다. 국립합창단은 다음달 3일 열릴 예정이었던 3·1절 101주년 기념 공연 ‘아리’를, 국립발레단은 25~26일 ‘백조의 호수’ 전주 공연을 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시립교향악단과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도 이달 말과 다음달 초 공연을 모두 포기했다.
개막을 코앞에 둔 대형 전시·박람회도 24일 줄줄이 취소됐다. 이달 초 반도체산업전 ‘세미콘’과 스포츠산업전 ‘스포엑스’가 취소된 이후 한때 진정세를 보이던 줄취소 사태가 코로나19의 심각 단계 격상 이후 도미노처럼 확산되고 있다. 코엑스는 다음달 4일 개막하려던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을 취소했다. 국내외 2000여 명이 참여할 예정이던 ‘아·태 마이스 비즈니스 페스티벌’도 개막을 불과 사흘 앞둔 이날 전격 취소됐다.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의료기기·병원설비 전시회’ 등 대형 산업 전시회들도 취소로 가닥을 잡고 막판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정현/이선우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