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위 비만약 '벨빅' 퇴출…1300억 국내시장 쪼그라드나

입력 2020-02-24 18:04
수정 2020-02-25 01:59
국내 3위 비만치료제 벨빅(사진)이 발암 우려로 판매가 중단됐다. 1300억원 규모의 비만치료제 시장에 변화가 일어날 조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시중에 유통 중인 벨빅 제품의 회수와 폐기를 명령했다. 이 약은 에자이가 개발한 로카세린 성분의 비만치료제로 시상하부에 있는 식욕 억제 뉴런에 있는 5-HT2C 수용체를 선택적으로 활성화해 음식을 덜 먹게 하는 역할을 한다. 국내에서는 일동제약이 유통과 판매를 맡고 있다. 비만치료제 중 3위로 국내에서는 연간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벨빅의 판매가 중단된 이유는 이 약을 복용한 환자들의 암 발병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벨빅의 장기 임상 연구 결과 약을 먹은 환자의 암 발병률이 높았다고 지적했다. 투여기간이 길어질수록 암 발병률이 높아졌고 췌장암 직장암 폐암의 발병 사례가 많았다. 에자이는 지난 13일 벨빅 판매를 중단했다. 식약처는 벨빅뿐만 아니라 벨빅의 성분인 로카세린이 포함된 의약품의 처방과 조제도 중단하도록 조치했다. 회수 중인 로카세린 성분 제제는 벨빅정과 벨빅엑스알정 등 2개다.

벨빅이 시장에서 퇴출되면서 비만치료제 시장에 변화가 예상된다. 국내 비만약 시장은 1300억원 규모다. 노보노디스크의 삭센다가 지난해 3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1위를 차지했고 대웅제약의 디에타민(성분 펜터민)과 벨빅이 90억원대로 근소하게 2, 3위를 기록 중이다. 벨빅은 2015년 출시 첫해 136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비만약 시장 1위를 기록했지만 경쟁 제품 등장으로 2018년 100억원 이하로 매출이 급감했다.

업계는 벨빅처럼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분류된 약들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0년 리덕틸에 이어 벨빅까지 안전성 문제로 판매가 중단되면서 비만약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비만치료제 시장을 평정한 삭센다의 독주로 먹는 약 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상황”이라며 “좁아진 시장에서 경구용 비만약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