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제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북미 이동통신 장비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이동통신 사업자인 US셀룰러와 5세대(5G)·4세대(4G) 이동통신장비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23일 발표했다.
미국 5위 사업자인 US셀룰러는 미국 전역의 가입자에게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장비 계약을 체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계약으로 삼성전자는 5G 통합형 기지국을 US셀룰러에 공급한다. 5G 통합형 기지국은 무선통신 부분과 디지털통신 부분을 통합한 제품이다. 크기와 무게가 작아 가로등, 건물 벽면 등에 손쉽게 설치할 수 있고, 광케이블 매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5G 통합형 기지국은 적은 전력으로 빠른 통신 속도를 지원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5G 통합형 기지국은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기지국용 5G 모뎀칩을 장착해 전력소모가 비교적 적을 뿐 아니라 최대 초당 10기가비트(Gbps)의 통신 속도를 지원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버라이즌, 2위 AT&T, 4위 스프린트에 통신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US셀룰러까지 합치면 삼성전자와 장비 계약을 맺은 미국 통신사의 가입자는 전체 시장의 80%에 달한다. 김우준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부사장)은 “미국 이동통신 시장에서 삼성전자 5G 장비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화웨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견제는 강화되는 모양새다. 21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와 노키아, 에릭슨 등 화웨이의 경쟁 기업이 참석하는 5G 이동통신 회의를 오는 4월 백악관에서 열 계획이다. 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화웨이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