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탄핵" 주장에 호위무사로 나선 靑 출신 후보들

입력 2020-02-23 14:35
수정 2020-02-23 21:04

"국민이 명령하지 않은 탄핵은 월권이다."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강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CBS라디오에서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1당이 되거나 숫자가 많아지면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추진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청와대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의) 몸통이라는 게 드러나면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말한 데 따른 것이다.

4·15 총선에 출마하는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야당의 문 대통령 탄핵 추진 주장에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한 모양새다.

서울 광진을에 도전하는 고 전 대변인은 "16년 전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탄핵을 도모한 이들의 후예가 다시금 그 역사를 반복하려 한다"라며 "3년 전 탄핵당한 국정농단 세력들은 국민 동의를 얻지 못한 반민주적 탄핵 기도가 어떤 파국을 맞이했는지 되짚어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정 농단 정권의 총리였던 정홍원 전 총리와 황교안 대표는 문 대통령을 선거사범으로 취급하고 박근혜 정권의 청와대 정무수석이었던 곽상도 의원은 아예 문 대통령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했다"며 "이들의 탄핵 기도는 이미 구체적 단계에 와 있다"고 덧붙였다.

고 전 대변인과 동행한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역시 "심 원내대표가 두 번에 걸쳐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운운하고 있다"며 "정말 염치없는 짓"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구로을에 공천을 신청한 윤 전 실장은 "정치에도 금도라는 게 있다"며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성남 중원 예비후보로 등록한 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가세했다. 윤 전 수석은 21일 페이스북에 "기가 막힌다"며 "그분들은(미래통합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단 한 번의 반성도 없이 일관성 있게 나라를 흔들어왔다"고 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과 퇴치를 위해 온 나라에 비상이 걸려있는 상황에서 대통령 탄핵을 언급하시는 분들은 제정신이라 할 수 있을까"라며 "이번 총선은 다시 새누리당으로 돌아간 미래통합당에 대한 심판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