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비어스, 지난해 순익 87% 급락...다이아 수요 급락에 '휘청'

입력 2020-02-22 07:00
수정 2020-03-22 06:25

세계 주요 다이아몬드 생산업체 중 하나인 드비어스가 지난해 2012년 이후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귀금속 시장의 '큰 손'인 중국과 홍콩에서 수요가 둔화하면서 다이아몬드 공급 과잉이 나타나고 있다. 천연 다이아몬드의 대체재인 인조 다이아몬드 인기도 상승세다.

드비어스는 지난 20일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면서 이 기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7%나 떨어진 4700만달러(약 56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은 전년 대비 24% 하락한 46억달러(약 5조5730억원)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드비어스의 최근 실적 악화는 홍콩을 포함한 중국에서 다이아몬드 판매가 급격히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드비어스는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중국에서 판매가 줄어들고 있던 와중에 홍콩에서 대규모 민주화 시위 사태까지 터지면서 매출이 악화했다"라고 설명했다. 홍콩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다이아몬드가 거래되는 시장으로,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육박한다.

설상가상으로 대체재인 인조 다이아몬드가 인기를 높이고 있다. 실험실에서 생산한 저렴한 인공 제품인 ‘랩 다이아몬드(lab diamond)’가 세계 귀금속 시장을 급격히 파고들면서 천연 다이아몬드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컨설팅사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2018년 인공 다이아몬드의 글로벌 생산량은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오는 2023년에는 인공 다이아몬드를 포함한 인공 보석이 전체 귀금속 시장의 5%를 점유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드비어스와 함께 세계 다이아몬드 생산업계의 양대 산맥으로 통하는 알로사가 집계해 발표하는 다이아몬드 가격 인덱스에 따르면 세계 다이아몬드 가격은 지난해 6% 가량 하락했다. 알로사의 지난해 4분기 다이아몬드 원석 채굴량은 880만캐럿이었지만 이 기간 판매량은 820만캐럿에 그쳤다.

다이아몬드 시장에 불어닥친 한파는 세계 명품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 최대 명품업체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최근 한달 새 주가가 8% 가까이 급락했다. LVMH는 지난 4일 미국 보석업체 티파니앤코 인수를 마무리했다. 최근 다이아몬드 시장이 침체를 겪으면서 투자자들이 LVMH의 티파니 인수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