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라임 사태에도…끝까지 '책임 없다'는 금융당국[이슈+]

입력 2020-02-21 09:53
수정 2020-02-21 09:55

"끝까지 자기들 책임은 없다는 거네요."

20일 국회 정무위 업무보고를 보던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TV를 껐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라임 사태에 대한 의원들의 질책에도 금융당국은 여전히 '책임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의 "(금감원은 감독당국으로)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발언이 특히 그랬다.

금융당국 수장들이 사과를 하지 않은 건 아니다. 윤 원장은 이날 "감독·검사를 책임지는 금감원장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역시 "사모펀드 자율을 높인다는 취지로 관리·감독을 공모펀드보다 촘촘히 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다만 이들의 주장은 기본적으로 '자율규제 시스템을 적용한 만큼 모든 책임은 금융사에 있다'에 가까웠다. 금융사가 내부 통제를 제대로 하지 않고 완화된 규제를 악용했을 뿐 금융당국은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송구스럽다는 사과는 결국 '부작용을 미리 예측하지 못한 것'에만 해당했다.

금감원이 DLF 사태를 막을 기회가 있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2018년 10월 미스터리쇼핑(암행 감사)에서 DLF 판매의 문제점을 확인했지만 형식적인 개선 통보만 내릴뿐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그러다가 문제가 불거지니 '내부 통제 부실'을 이유로 최고 경영자에게 금융권 재취업이 3년간 제한되는 중징계를 내렸다. 이후에는 내부 문책은커녕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며 임원(부원장보) 자리만 늘렸다.

금융위도 비슷하다. 라임 사태의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검사 결과 발표를 늦췄다는 의심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금융위는 지난해 7월 라임 사태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고 8월 금감원 검사가 진행됐지만 정작 공식 발표는 7개월이 지난 이달 중순에 내놨다. 은 위원장이 직접 "일부러 시간을 끌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책임론은 계속된다. 2015년 사모펀드 규제 완화를 주도한 금융위가 정책 실패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발표를 늦췄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금융사는 물론이고 감독당국 역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거와 같이 감독 부실에 대한 반성 없이 사과만 해서는 비슷한 사태가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금융소비자원은 "DLF 사태의 1차 책임은 금감원 등 금융당국에 있다"고 지적했다.

DLF·라임 사태는 금융사의 과도한 욕심에 금융당국의 총체적인 문제가 더해진 결과물이다. 금융당국 수장이 책임론을 반박하며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는 게 부적절한 이유다. 그래야 금융당국의 제재에 신뢰가 느껴질 것이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