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분 만에 400포인트 폭락…뉴욕 증시에 무슨 일?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입력 2020-02-21 07:16
수정 2020-02-21 12:21


평온하게 계속 오르던 뉴욕 증시에 20일(현지시간) 한차례 폭풍이 몰아쳤습니다. 평소처럼 시작과 함께 오르던 증시가 오전 10시45분부터 47분간 갑자기 녹아내린 겁니다.

다우 지수는 10시45분 2만9368에서 11시32분 2만8959까지 갑자기 409포인트가 빠졌습니다.
그런 뒤 조금씩 회복해 다우 지수는 전날보다 128포인트(0.44%) 내린 채 마감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그동안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에도 지속적으로 오른 것을 감안하면 0.4% 하락은 내린 것도 아니지만, 문제는 왜 이런 급락이 발생했는 지 모른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별다른 뉴스가 없었습니다. 파생상품이 시장을 흔드는 '세마녀의 날'도 아닙니다.
월가에선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①한국 일본까지…'V자 경기 반등'에 대한 의심

중국에선 신규 확진자가 줄어드는 추세지만, 이와 동시에 베이징에서 대확산이 시작됐다는 설도 나돌고 있습니다. 또 한국 일본 등에서도 환자가 급증하고 있고, 이란에서도 갑자기 2명의 사망자가 나왔습니다. 폭스뉴스는 미국 병원들이 조만간 세계보건기구(WHO)가 '세계적 비상사태'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고 준비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의 코로나 확산은 월가의 우려를 낳았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한국은 IT 산업에서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에 있다"며 "특히 메모리반도체 세계 2위인 SK하이닉스에 환자가 발생해 직원 800명이 격리됐다는 소식에 자동차에 이어 IT에서도 공급망 혼란이 생길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되면 코로나 확산 사태가 잦아들어도 경기 회복은 과거 사스때와 같은 V자가 아닌 U자로 느리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4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애플, P&G, 아디다스 등 현재까지 140여개 기업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을 우려했습니다. 이는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기업 실적 개선 추세가 방해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②블룸버그 민주당 후보 가능성↓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지지도가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은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의 선전을 기대해왔습니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19일 처음 참가한 민주당 토론회에서 버니 샌더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에게 일방적으로 두드려맞았습니다.

워런 상원은“여성을 ‘살찐 계집’ ‘말상의 레즈비언’이라고 불렀던 억만장자가 있다”며 “그는 트럼프가 아니라 블룸버그”라고 공격했습니다. 이에 불룸버그는 “일부는 내 농담을 좋아하지 않았을 수 있지만, 누구도 고소하지는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말을 한 사실을 인정하는 궁색한 변명이었죠.

뉴욕타임스·CNN 등은 워런과 샌더스를 승자로, 블룸버그를 패자로 꼽았습니다. 블룸버그통신조차 기사 제목을 "블룸버그가 흠씬 두들겨맞았고 워런은 빛났으며 샌더스는 어려움을 피해갔다"고 달았습니다. 블룸버그의 상승 기류에 이상이 생긴 겁니다. 월가의 걱정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③지나친 안주 현상…조정의 전조?

최근 테슬라가 급등한데 이어 매출도 제대로 없는 버진갤럭틱이 올해만 200% 가까이 폭등했습니다. 또 플러그파워, 워크데이 등 '잡주'들까지 덩달아 크게 올랐습니다.

또 옵션시장에선 추가 상승을 예상하는 콜옵션에 대한 베팅이 풋옵션에 비해 70억달러 이상 상회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20년래 최대 기록입니다. 또 어제 뱅크오브아메리카의 펀드매니저 설문조사에서는 현금비중이 4%에 그쳐 2013년 3월 이후 가장 낮았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어제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이 과소평가되고 있다"며 "조정 위험이 높다"고 경고했습니다. 또 JP모간의 마르코 콜라노비치 퀀트 글로벌 총괄도 "기술주와 경기방어주에 거품이 형성됐으며, 이런 거품은 이번에도 과거와 다르지 않게 붕괴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④기준금리 인하 기대에 찬물?

미 중앙은행(Fed)의 2인자인 리처드 클라리다 부의장은 이날 아침 CNBC와의 인터뷰에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전망하지 않는다”고 잘라말했습니다.

'시장이 인하를 전망한다'는 물음에는 "시장 가격엔 금리에 대한 기대도 반영되지만, 기간과 유동성 프리미엄도 반영된다. 시장 참가자들이 정말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지는 의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시장 전문가 다수가 올해 인하를 예상하지 않는다는 블룸버그 설문 결과를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연방금리선물시장에서는 올해 연말까지 두처례 이상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보는 확률이 50%를 넘었습니다. 하지만 클라리다 부의장의 언급은 이런 기대에 확연히 선을 긋는 것이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