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19일(11:0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탈(脫) 원전, 탈 석탄’ 정책 등의 영향으로 실적이 크게 악화된 두산중공업이 사업부 매각 등 자금 확보 노력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두산중공업의 자회사로 이익을 내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와 그 자회사 두산밥캣의 매각 가능성이 시장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지난 13일 공개한 작년 4분기 잠정실적에 따르면 이 회사는 작년 한해 동안 8조1858억원 매출(연결 기준, 2018년 대비 5.9% 증가)에 8403억원 영업이익(0.9% 감소)을 올렸다. 당기순이익은 3956억원에 달한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연결 기준 실적 중 상당부분은 51.05% 지분을 갖고 있는 두산밥캣의 실적에서 나온 것이다. 두산밥캣은 작년 4조5096억원 매출을 내서 영업이익 4770억원, 당기순이익 2721억원을 각각 올렸다.
‘효자’ 두산인프라코어, 혹은 ‘효자 손자’인 두산밥캣을 매각하면 두산중공업의 어려움을 상당부분 덜 수 있지 않겠느냐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좋은 실적의 ‘근원’인 두산밥캣은 현재 매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시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이미 두산밥캣의 주식 중 상당부분을 각종 담보로 잡아 돈을 꾸어 쓰고 있다. 두산밥캣 주식 약 8.2%(828만주)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 법인(DICC) 관련 재무적 투자자(FI)들과의 소송 보증금 성격으로 질권 설정되어 있다.
또 11.3%(1133만주)는 두산인프라코어의 28회 해외 사채 3억달러의 담보로, 11.5%(1153만주)는 32회 해외 사채 3억달러의 담보로 각각 잡혀 있다. 이외에 산업은행 등 8개 금융사로부터 빌린 3500억원 규모 원화대출의 담보로 16.3%(1634만주)가 제공돼 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가지고 있는 밥캣 지분 51.05% 중 최소 47%가 각종 담보로 들어가 있는 셈이다. 밥캣의 지분을 담보로 이미 1조원 이상을 빌려 쓰고 있는 만큼, 매각을 하더라도 손에 쥐는 것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과거에 두산중공업이 직접 가지고 있던 밥캣 지분(10.55%)도 있었다. 하지만 이 지분은 이미 2018년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으로 매각됐다. TRS 거래에 따라 NH투자증권 등 투자자들은 두산밥캣의 지분 10.55%에서 발생하는 자본이득 및 손실을 모두 두산중공업에 지급하고 대신 약정 이자를 받는다.
'리스크 바이어(risk buyer)'인 두산중공업은 밥캣 실적이 좋아지면 ‘플러스 알파’를 누릴 수 있지만, 해당 주식의 법적 소유자는 NH투자증권 등의 ‘리스크 셀러(risk seller)’다. 이미 TRS 계약을 맺은 지분을 다시 처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밥캣 지분을 팔아서 위기를 돌파하기에는 이래저래 상황이 여의치 않다.
두산중공업은 이달 들어 발전설비 외 다른 사업부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사모펀드 등 시장 관계자들을 타진하고 있다. ㈜두산에서 현물 출자 받은 두산메카텍의 지분을 담보로 1000억원 가량의 대출을 받는 방안도 추진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두산메카텍 주식담보대출은 서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현재는 중단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