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어려운데…코로나19 '불똥'에 얼어붙은 글로벌 전자업계

입력 2020-02-20 13:14
수정 2020-05-10 00:07

중국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글로벌 전자업계를 덮쳤다. 코로나19로 멈춰섰던 대다수 중국 내 공장들이 지난주부터 재가동에 들어갔지만,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생산 라인 가동이 어려워지는 등 정상궤도로의 복귀가 요원해서다.

그 여파로 올해 전자기기 생산량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19일 공개한 올해 전세계 가전기기 예상 생산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1분기 스마트폰·TV·LCD(액정표시장치) 모니터·노트북 등 전자기기 글로벌 출하량은 전년 대비 일제히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감소폭이 가장 큰 건 노동집약적 특성을 지닌 스마트폰이다. 올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예상 생산량은 전년(3억700만대) 대비 약 12% 감소한 2억7500만대다. 동기간 대비 최근 5년간 가장 낮은 수치다.

특히 중국에서 아이폰의 90% 이상을 만드는 애플은 직격탄을 맞았다. 애플은 지난 17일 투자자들을 위한 1분기 실적 전망 보고에서 "코로나19로 올 1분기 매출 전망치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코로나발 생산 차질'을 인정했다.

TV·LCD 모니터·노트북의 글로벌 출하량도 동반 추락할 것으로 조사됐다. 1분기 예상 TV 출하량은 코로나19 발병 이전의 기존 예측치였던 4880만대보다 220만대 떨어진 4660만대. LCD 모니터와 노트북의 1분기 예상 출하량도 각각 150만대, 400만대가량 쪼그라든 2750만대, 3070만대로 트렌드포스는 추산했다.

중국 내 생산공장들은 일단 이달 10일 전후로 재가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갈수록 확산하면서 춘제 연후 이후에도 정상 가동은 난망한 상태다.

코로나19가 단기적으로는 공급망에 미칠 영향이 크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수요에 미칠 불확실성도 커진다는 점이 더 심각한 문제다.

공장 등 생산 라인에서 차질이 발생하면 제조업체는 부품 수급이 어려워지고, 재고 부족 등으로 이어지면 유통망 단계까지 피해가 확산돼 결국 소비자 수요 하락까지 초래하는 연쇄적 파급효과를 낳는다. 트랜드포스는 스마트폰·TV·노트북·LCD 모니터 등의 올해 연간 출하량이 전년 대비 1~15% 일제히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지 않아도 소비자 전자기기 평균 교체주기가 길어지면서 성장이 정체기에 접어든 전자업계에 코로나19 리스크는 업계에게 '엎친 데 덮친 격'이 된 셈이다.

대 중국 중간재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도 피해를 면키 어렵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코로나19 사태 영향을 조사한 결과 이번 사태가 사스(SARS)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처럼 6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연간 매출액과 수출액은 각각 8.0%, 9.1%씩 줄어들고 대중 수출 규모는 12.7% 급감할 것으로 예측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