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가 복잡하고 길다는 지적이 많았던 재건축·재개발 심의 과정이 간소화되면서 허가까지 걸리는 기간이 2개월 이상 단축될 전망이다. 전남 여수시 오동도(사진)는 관광특구로 지정받을 수 있게 돼 약 750억원의 관광수입 증가 효과가 예상된다.
국무조정실은 20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지역 민생규제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지방자치단체의 건의를 받아 지역개발 촉진(18건), 생활불편 해소(13건), 영업부담 완화(19건) 등 모두 50건의 규제를 풀었다.
여수 오동도 관광특구 지정 가능
정부가 제도 개선에 특히 힘을 준 부분은 지역 개발을 제한하는 규제다. 경기 악화로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건설투자를 살려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우선 도시정비법에 따른 재개발 사업의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오래된 주택 및 아파트 등을 재건축·재개발하는 사업이 여기 해당된다. 도시재개발 사업은 신도시 개발 등과 달리 교통영향평가와 건축위원회 심의를 따로 받아야 해 번거롭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지적이 많았다. 광주 최대 규모 재개발 사업으로 주목받은 광천동 도시재개발 사업도 2017년 11월 교통영향평가를 통과했지만, 최종 시행 인가를 받기까지는 그로부터 2년2개월이 더 걸렸다. 앞으로는 교통영향평가와 건축위원회 절차를 통합 심의한다. 심의 기간이 최소 2개월 이상 짧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관광특구 지정 요건도 완화한다. 관광특구로 지정되면 매년 30억원 이상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있고 각종 광고 활동도 자유로워진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집중 육성하려는 관광지를 특구로 지정하고 싶어 하는 이유다. 여수시는 동백꽃 군락지로 유명한 오동도 일대를 특구로 지정받으려 했다. 하지만 ‘임야·농지 등이 특구 면적의 10% 이상이면 불가하다’는 규제에 막혔다. 이에 정부는 임야·농지 등을 관광 목적으로 활용할 경우 10% 제한을 적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규제를 풀기로 했다. 전남개발연구원은 오동도 일대가 규제 특구로 지정되면 관광객이 5만 명가량 증가하고 750억여원의 관광 수입 유발 효과가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자여행보험도 손질
여행업 영업 범위도 합리화된다. 지금은 여행업을 국외와 국내로 구분하고 있어 국내외 영업을 함께하려면 사업등록을 이중으로 해야 했다. 정부는 관광진흥법을 손질해 ‘국내외여행업’을 신설하기로 했다. 한 번의 사업등록만으로 국내와 국외여행업을 함께할 수 있다.
고령자 관광객을 위한 규제 개선도 대책에 담겼다. 지금은 80세가 넘는 사람은 여행자 보험에 가입해도 해외여행 중 질병으로 사망하면 보장받을 수 없지만 앞으로는 연령 제한이 없어진다. 오는 12월까지 관련 규정을 고칠 계획이다.
광주시 봉선동의 한 편의점 업주 A씨는 작년 신분증을 위조한 청소년에게 담배를 판매했다가 1개월 영업 정지 처분을 받았다. A씨는 “신분증을 확인하고 팔았는데 내게 무슨 잘못이 있느냐”며 정부에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국무조정실은 A씨 요청을 받아들여 신분증 위·변조, 도용, 폭행·협박 등으로 청소년임을 확인하지 못한 사정이 인정되면 영업정지 처분을 면제하기로 했다.
이 밖에 어린이공원에 북카페 등 소규모 도서 이용시설을 허용하고, 산림보호구역에 농공단지 조성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침체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규제 개선 과제를 계속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