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코로나19 악재 속 '르노삼성 생명줄' XM3 등판

입력 2020-02-20 11:40
수정 2020-02-20 11:42

르노삼성의 명운을 쥔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XM3는 흥행할 수 있을까.

20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21일부터 XM3 사전계약을 접수한다. '국내 최초 프리미엄 디자인 SUV'라는 문구를 내세웠는데, CUV에 익숙하지 않은 국내 소비자를 감안해 SUV 포지션으로 마케팅에 나서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디자인은 부분적인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지난해 서울모터쇼에서 선보였던 콘셉트카 XM3 인스파이어와 비슷하게 유지됐다.

문제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노사갈등이 여전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 악재까지 겹쳤다는데 있다. XM3 초반 사전계약 흥행에 실패할 경우 장기적 생산물량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XM3 흥행에 생명줄 달린 르노삼성

르노삼성의 생명줄이 달렸다고 할만큼 XM3는 중요한 모델이다. 우선 내수 시장 판매 부진과 더불어 높아진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6 의존도를 낮출 유일한 돌파구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지난 1월 내수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16.8% 감소한 4303대를 팔았다.

QM6 의존도는 더 높아졌다. 1월 QM6는 3540대가 팔리며 전체 판매량의 82.26%를 차지했다. 신차 XM3는 내수 실적 견인과 동시에 QM6 의존도를 낮춰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만들어줄 가능성을 쥔 모델이다.


수출에 있어서도 XM3가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르노삼성은 닛산 로그 위탁생산 계약이 지난해 만료되며 수출 물량이 급감하고 있다. 지난 1월 수출 물량은 총 1930대로, 전년 동기 6985대에서 77.3%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1월 6309대에 달했던 로그 수출량이 올 1월에는 1230대로 줄어든 탓인데, 파업 등 생산차질로 공급이 늦어진 로그 납품을 올해 마치면 이후 수출 물량은 없다시피 하는 상황이 된다. 르노삼성은 연 9만대 수준인 XM3 유럽 수출물량을 르노그룹으로부터 수주해야 생산절벽을 피할 수 있다.

◇ 사전계약 코앞…코로나19 확산에 임단협 난항

상황은 녹록치 않다. 난해 임단협 타결이 난항인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한 부담도 생겼다. 르노삼성은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 영향에 지난 11~14일 나흘간 공장을 세웠다. 공장은 15일부터 재개됐지만, 코로나19가 재확산 조짐을 보이는 탓에 근심은 늘어가고 있다. 중국 현지의 부품 공급망에 더해 국내 방역까지 비상이 걸린 탓이다. 신차 출시를 앞둔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도 골칫거리다.

한 전시장 관계자는 "전염병이 유행하면 사람들은 외출을 자제한다. 전시장을 방문하는 고객도 줄어들 것이 뻔하다"며 "적극적으로 고객들을 만나고 신차를 팔아야 하는 입장에서는 난감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고객들을 찾아다니며 만나야 하는데 현 시국에서는 되레 역효과만 날까 우려돼 조심스럽다"고 토로했다.


수출 물량이 끊겨 생산 절벽이 현실화된 르노삼성에게는 난항을 겪는 임단협도 부담이다. 결정권을 쥔 르노그룹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지난달 부산공장을 방문한 호세 비센테 데 로스 모조스 제조·공급 담당 르노그룹 부회장은 "르노삼성이 유럽 수출 물량을 확보하려면 노사 갈등부터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최후 통첩을 남겼다. 제조 품질은 뛰어나지만 그룹 내 공장 가운데 인건비가 가장 비싸고 잦은 파업 탓에 안정적인 생산도 불가능하다는 지적이었다.

르노그룹은 XM3 유럽 물량을 부산 공장에 배정할 경우 충분한 가격 경쟁력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그룹 내에서 가장 인건비가 높은 상황에서도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반복한 만큼, 노조가 유럽 XM3 물량을 인질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크게 우려한다.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이 대안으로 계속 제시되는 이유다.

르노그룹의 최후통첩에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부랴부랴 집중교섭에 나섰지만 쟁점인 고정급 인상 문제를 두고 입장 차이만 재확인했다. 사측은 이미 그룹에서 가장 인건비가 비싼 만큼 고정급을 추가 인상하면 유럽 수출용 XM3 수주는 불가능하다며 변동급 인상을 제안했다. 노조는 2년 이상 기본급을 동결한 만큼 반드시 고정급 인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르노삼성은 "노사 모두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임단협 타결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