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혁신기업 지원을 활성화하기 위해 증권사의 벤처기업 대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증권사의 업무 범위도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는 액셀러레이터 등으로 확대된다.
금융위원회가 19일 내놓은 ‘2020년 업무계획’을 보면 증권사는 앞으로 혁신기업의 창업에서 성장·회수에 이르는 전 과정(라이프사이클)에 걸쳐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증권사는 스타트업 창업자 선발 및 초기 자본금(시드머니) 투자, 전문보육 지원 등을 아우르는 액셀러레이터 겸업이 가능해진다. 벤처캐피털(VC) 등 기관투자가로부터 투자받은 스타트업 등을 대상으로 한 벤처기업 대출도 허용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과 같은 벤처 대출 전문은행을 육성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증권사의 벤처 투자 확대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꼽힌 순자본비율(NCR) 등 건전성 규제도 완화된다. 중소·벤처기업이 발행한 사모사채와 신용공여에 대해 영업용순자본 차감폭을 축소하고 위험액이 가중되는 지분율은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NCR은 증권사 영업용순자본에서 투자 손실 위험 등을 반영한 총위험액을 뺀 다음 이를 다시 업무단위별 필요유지자기자본으로 나눠 산출한다.
대형증권사 자기자본투자(PI) 활성화를 위해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에 추가로 부여되는 신용공여 한도(자기자본의 100~200%)에 중견기업을 포함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는 중소기업이나 기업금융 관련 업무일 경우에만 신용공여 추가 한도 사용이 가능하다.
해외주식 투자 수요를 국내로 돌리기 위해 증권사에 상장지수증권(ETN) 및 주가연계증권(ELS) 등 자체지수 산출을 허용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소액주주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전환사채(CB)의 과도한 전환가액 조정을 통제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전환가액 조정 가능 사유를 명확히 규정하고 그 외의 조정은 반드시 주주 동의를 받도록 했다. 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발행 시 납입일 1주 전 주요사항보고서 공시도 의무화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라임 사태’ 관련 대책을 묻는 질문에 “사모펀드의 순기능은 살리면서 만기 불일치와 유동성 문제를 해소하고 증권사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라임운용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이 자금 회수에 나선 상황과 관련해 은 위원장은 “TRS도 일종의 계약인데 계약 관계에 대해 정부가 어떻게 바꾸라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오형주/하수정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