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2월 18일 오후 3시8분
상장사들이 올해 주주총회에서 신규 사업 진출을 위한 정관 변경을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 전 업종에 걸쳐 실적이 악화하면서 성장성이 높은 신(新)시장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하겠다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다음달 19일 열리는 정기 주총에서 정관 변경을 통해 전기차 및 전기차 충전 인프라 운영, 고압가스·위험물 저장 및 운반업으로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인 현대글로비스는 자동차 관련 제품 운송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업계에선 현대글로비스가 현대차그룹이 최근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전기차 관련 사업에 동반 진출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시스템통합(SI) 업체인 삼성SDS는 다음달 18일 정기 주총에서 전자금융업을 신사업으로 추가할 예정이다. 금융결제원에서 제공하는 오픈 응용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활용해 데이터·플랫폼 기반의 신규 금융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삼성SDS 관계자는 “디지털 정보기술(IT) 서비스 제공을 확대하고 금융회사, 외부 스타트업과 협업하기 위해 사업 목적을 추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현대에이치씨엔은 전기와 기계설비 공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는 안건을 다음달 24일 정기 주총에 상정한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공사 등 전기 공사 관련 다양한 신규 사업을 추진할 것이란 게 회사의 설명이다.
중소·중견기업들도 신규 사업 진출에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기가 좀체 살아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덮치면서 실적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초기 투자 비용은 들지만 고육지책으로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을 전환하려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
바이오 신약은 중소·중견기업이 추가하는 사업 목적에 단골로 등장한다. 과거 개인 간 거래(P2P) 기반 음악 사이트로 잘 알려진 소리바다와 ‘황교안 테마주’로 분류되는 자동차용 프레스 금형, 특수금형 제조·판매 업체 화신테크가 대표적이다. 소리바다는 21일 임시 주총에서 바이오 신약 연구개발·생산업 등에 진출하기 위해 정관 변경을 추진한다. 거기에 마스크, 스타킹, 양말, 레깅스 제조업과 도소매업까지 신사업으로 추가한다. 화신테크 역시 20일 열리는 임시 주총에서 생명공학 분야 연구개발·생산, 바이오 신약 연구개발·생산, 의료기기와 의료용구, 위생용품 제조·판매 등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에 오른 영화 ‘기생충’ 제작사인 바른손이앤에이의 자회사 바른손은 화장품 도소매업, 온라인 쇼핑몰 운영 관련 컨설팅업, 소프트웨어 개발과 제작·공급·자문업 등을 사업 목적에 추가한다. 영상·음향기기 제조업체 삼화전자공업은 도매 및 상품 중개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기로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경영 환경 악화로 기업들이 ‘어닝 쇼크(실적 충격)’ 수준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며 “신사업 진출을 위한 정관 변경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저성장이 고착화한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상장사들의 고민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