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2심서 징역 17년…350일 만에 재수감

입력 2020-02-19 15:57
수정 2020-02-20 00:26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를 실소유하면서 회사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박 전 대통령(사진)이 항소심에서 징역 17년형을 선고받았다. 원심보다 횡령액과 뇌물 액수가 각각 5억원과 10억원가량 늘어나면서 형량도 2년 더 무거워졌다. 이 전 대통령은 보석으로 풀려난 지 350일 만에 이날 서울동부구치소에 재수감됐다.

다스 횡령액 252억, 삼성 뇌물액 89억

19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에서 1심보다 2년 늘어난 징역 17년형과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8000여만원을 선고했다. 대통령 재직 중 저지른 뇌물 범죄는 형량을 분리해 선고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뇌물죄에 대해 징역 12년과 벌금 130억원, 횡령 등 나머지 범죄에 대해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실형을 선고하므로 형사소송법에 따라 보석을 취소한다”며 이 전 대통령을 법정에서 재구속했다.

이 전 대통령은 1992~2007년 다스를 사실상 소유하면서 비자금 약 339억원을 조성하고, 삼성에 BBK 투자금 회수 관련 다스 소송비 67억7000여만원을 대납하게 하는 등 16개 혐의로 2018년 4월 구속기소됐다. 1심은 “다스의 실소유주는 이 전 대통령으로 판단된다”며 16개 혐의 중 7개의 유죄를 인정하며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원, 추징금 82억원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 검찰은 삼성이 소송비용 명목으로 건넨 돈이 더 있다는 정황을 확인해 뇌물 혐의액 51억여원을 추가했다.

정준영 부장판사는 1심과 마찬가지로 이 전 대통령이 다스를 실소유하며 회사 자금을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1심은 다스에서 조성된 비자금 약 241억원과 법인카드 사용액 6억원 등 총 247억원을 횡령액으로 인정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다스에서 지급된 허위 급여와 승용차 구입 비용 등 약 5억원에 대해서도 “공소시효가 만료되지 않았다”며 횡령액에 추가했다.

삼성으로부터 받은 뇌물 액수가 89억원으로 증가한 것도 항소심 형량이 늘어난 ‘치명타’였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2008년 3~4월 삼성의 소송비 대납 의사를 전달받고 승낙해 받은 51억원과 2009년 삼성 미국법인을 통해 전달받은 38억원 등을 뇌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국가원수란 지위에 따른 의무와 책임을 저버리고 뇌물을 받았다”며 “(그럼에도) 범행을 부인하면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 “고생했어. 갈게”

이날 선고 공판에 출석한 이 전 대통령은 보석 결정이 취소되자 침통한 표정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재판부가 법정을 떠난 뒤에도 변호인들과 함께 한동안 앉아 있다가 방청석에 있는 지지자들과 악수했다. 이 전 대통령은 “고생했어. 갈게”라고 말한 뒤 퇴정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주거지, 통신, 접견 대상을 제한한 조건부 보석 결정으로 불구속 재판을 받아왔다. 이 전 대통령 측 강훈 변호사는 “판사와 변호인의 입장은 다르지만 같은 법률가로서 같은 증거 기록을 읽고 내린 판단이 이렇게 다를 수 있는지 의아하다”며 “상고 여부를 이 전 대통령과 의논한 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