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1.’ 지난 17일 오전 국가직 9급 공무원 시험을 40여 일 앞둔 서울 노량진동에 있는 한 학원에는 긴장감이 돌았다. 학원 입구에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출입이 가능하다’는 안내글이 걸렸다. 수험생들은 모두 마스크를 낀 채 소리 없이 책장만 넘기고 있었다. 점심식사는 별도로 마련된 ‘도시락방’에서만 가능했다. 점심시간에도 노량진 학원 골목길은 한산했다.
9급 공채 한 달 앞둔 학원가 썰렁
공무원 시험의 계절이 돌아왔지만 노량진 일대 분위기는 침울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이다. 2월은 그해 지원자가 가장 많은 9급 공무원 시험 지원서 접수 시기다. 올해엔 5급·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도 2월(29일)에 예정돼 있다.
하지만 정작 공무원 시험을 주력으로 하는 학원들은 울상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수험생들이 현장 강의보다 ‘온라인 강의’로 돌아선 탓이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한 달 합격완성’ ‘핵심요약 빠독(빠르게 독파)’ ‘지옥반 개강’ 등 자극적인 문구로 수험생들을 유혹했지만, 올해 노량진 일대에선 이런 문구를 찾기 힘들었다. 한 학원 관계자는 “안 그래도 ‘인강(인터넷 강의)’으로 몰리는 추세인데 코로나19 한파까지 겹쳐 학원 수강생이 크게 줄었다”고 했다.
미래 수강생을 가늠할 수 있는 상담창구도 텅 비었다. 한 공무원 학원의 상담 창구 전광판은 ‘08’에서 멈춰 있었다. 이날 오전 내내 8명만 상담을 했다는 의미다. 이 학원 관계자는 “예년 이맘때는 상담자가 줄을 서 있었지만, 올해는 찾아오는 발길이 거의 없다”고 했다. 이 학원은 상담창구 앞의 공간을 학원 수강생들의 공부방으로 바꿨다.
학원들은 수강생을 붙잡기 위해 ‘얼리버드 할인’ 등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얼리버드 할인은 9급 종합반의 학원비(월 64만원)를 24만9000원으로 낮췄다. 하지만 정작 학원도 코로나19 여파가 잦아들어야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인사처 ‘코로나 대비책’ 마련
학원도 학원이지만 수험생들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초긴장 상태다. 자칫 감염 의심자라는 ‘낙인’이 찍히면 ‘1년 농사’가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이달부터 4월까지 두 달간 공무원 필기시험만 8개가 연이어 치러진다. 오는 22일 법원직 9급을 시작으로 △29일 5급 및 외교관 선발시험 △3월 14일 입법고시 △3월 21일 서울시 1차 공개채용 △3월 28일 국가직 9급·소방공무원 △4월 4일 경찰 공채 △4월 25일 국회 8급 공채 등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8개 시험에 응시하는 인원만 30만 명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5급·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모두 8시간 동안 치러야 해서 수험생들의 우려와 불안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한 공시생 취업커뮤니티에는 “열람실 폐쇄하는 곳이 많아 공부할 곳이 없다”는 하소연부터 “필기시험 미뤄지나요” 등 코로나19와 관련된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일부 수험생은 “발열 체크기 설치와 손 세정제 그리고 마스크를 비치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시험과 관련된 조치를 빨리 제시해 달라”고 적극적으로 요구도 한다.
시험을 주관하는 정부부처들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인사혁신처는 5급 공채와 관련, “18일까지는 확진자나 자가격리자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수험생 모두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고사장 단속은 엄격해진다. 고사장 주된 출입구는 단일화하고 외부인 출입을 통제키로 했다. 모든 출입자는 꼭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 소독제를 바른 후 발열검사를 거쳐 입장하도록 방침을 세웠다. 시험실의 수용 인원도 과거 25~30명의 절반인 15명으로 축소하고, 13개 시험장을 추가했다.
22일 시험을 앞두고 있는 법원행정처도 수험생 증상별 응시방안을 내놨다. 확진자와 발열 의심자는 시험에 응시할 수 없으며, 단순 발열자와 호흡기 질환자 등은 별도의 예비시험실에서 응시하는 방안을 내놨다. 자가격리 대상자는 방문시험을 실시키로 했다. 감독관 2명, 의료인력 1명, 경찰관 1명이 4인1조로 수험생을 감독하는 가운데 시험이 치러진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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