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18일(10:3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적극적 주주 활동은 기업과 오래 같이 가기 위한 수단입니다." 최영권 우리자산운용 대표(56)는 18일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거세지고 있는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원칙) 확산 분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2018년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적극적 주주 활동 지침을 마련하고 올해 투자 기업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활발한 주주권 행사를 예고한 상태다. 자산운용사를 포함한 기관투자가들도 스튜어드십코드를 잇따라 도입하면서 배당 확대와 사업 구조 개편 등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30년 경력의 운용 전문가인 최 대표는 국내 대표적인 책임 투자 전도사다. 최 대표는 "단기 성과를 바라면서 수익률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굳이 적극적 주주 활동이 필요하지 않다"며 "스튜어드십코드 이행은 장기 투자를 표방하면서 기업과 상생하려는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합리적인 다양한 제안을 통해 기업이 발전하면 결국 긴 안목에서 기관투자가도 성장하게 된다는 얘기다.
스튜어드십코드 이행 방법에 대한 의견도 내놨다. 그는 "무조건 적극적, 공격적 주주 행동주의가 좋은 건 아니다"라며 "기업과 동반 성장하자는 의지가 경영 간섭이나 기업 부담으로 느껴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꾸준한 기업과 소통으로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게 주주 활동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우리자산운용은 공개 주주서한 등의 방식보다는 비공개 대화와 의견 전달로 주주 활동을 해 나갈 방침이다.
책임 투자를 운용 철학으로 삼아온 최 대표는 "스튜어드십코드를 기업 개혁의 수단으로 이해해선 안 된다"며 "이슈에 매몰된 스튜어드십코드 이행은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책임 투자는 금융의 역할을 키우고 자본시장의 발전을 위한 인프라"라며 "때로는 기관투자가가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통해 기업의 경영권을 지키려는 오너 편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스튜어드십코드 확산이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유독 저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최 대표는 서강대 경제학과를 나와 1989년 한국투자신탁에 입사한 뒤 동양투자신탁, 국민은행, 플러스자산운용에서 자산 운용 경력을 쌓았다. 공무원연금 자금운용단장(CIO)과 하이자산운용 대표를 역임했다. 최근 우리자산운용은 모든 펀드에 대해 책임 투자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