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모자란 서울 대학들 "중국인 유학생 격리 못해"

입력 2020-02-19 07:54
수정 2020-02-19 07:57

새학기가 다가오며 한국행 비행기를 타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을 14일간 격리할 공간은 없어 지역감염 확대가 우려된다.

19일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 '고등교육기관 국가별·학교별 외국인 유학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중국인 유학생이 1000명 이상인 대학은 17곳이다.

중국인 유학생이 2000명을 넘는 곳은 경희대(3839명), 성균관대(3330명), 중앙대(3199명), 한양대(2949명), 고려대(2833명), 동국대(2286명), 건국대(2284명), 국민대(259명) 등 여덟 곳에 달했다.

한국외대(1810명), 연세대(1772명), 홍익대(1694명), 상명대(1375명), 숭실대(1349명), 우송대(1315명), 이화여대(1304명), 단국대(1139명), 서강대(1129명) 등도 중국인 유학생이 1000명을 넘었다.

코로나19 전염 확산을 막으려면 이들 유학생은 국내 입국 후 14일의 격리기간을 가져야 한다. 대학들은 기숙사 시설 일부를 격리 공간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기숙사 방이 모자란 탓에 중국인 유학생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17개 대학 가운데 연세대와 이화여대를 제외한 15곳의 중국인 유학생은 지역사회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기숙사 부족이 가장 심각한 곳은 한양대다. 한양대 기숙사는 1015개 방을 가지고 있는데, 중국인 유학생 수는 2949명이기에 최소 1934명은 한양대 인근 지역 자취방을 이용해야 하는 처지다. 중앙대 역시 기숙사 방 수가 1300개에 불과해 1899명을 학교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 동국대도 1531명, 고려대는 1502명의 중국인 유학생을 지역사회가 떠안게 됐다.

중국인 유학생 1000명이 넘는 서울 소재 15개 대학이 수용하지 못하는 중국인 유학생은 최소 1만4000명으로, 유학생 수가 1000명 이하 대학들을 포함하면 이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대학들이 기숙사 시설 전체를 유학생 격리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도 아니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지방에서 올라온 우리나라 학생도 있으니까 기숙사 일부만 격리 공간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다"면서 "중국인 유학생의 20∼30%도 채 수용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대학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은 총 3만5152명이다. 대학가는 최소 2만명 이상의 중국인 유학생이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교육부는 대학에 가이드라인을 배포해 '학교 밖 거주 유학생에게는 입국 후 14일간 등교 중지 방침과 감염병 예방수칙을 안내하고, 외출 자제 및 마스크 착용 등 생활 예방수칙을 (전화·문자 등으로) 매일 1회 이상 안내하라'고 권고했다. 다만 기숙사 격리도 거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학교 밖으로 나간 유학생에 대한 격리와 통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가에서는 기숙사 신축을 막아선 지역사회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소재 대학들은 부족한 기숙사를 확충하기 위해 새 건물을 올리려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대부분 지역 주민들과 지자체, 국회의원들의 반대에 좌절됐다.

한양대는 2015년부터 기숙사(7생활관) 신축을 추진했지만 주민들이 '한양대 기숙사 건립 반대 대책위원회'까지 결성하며 저지했다. 성동구청도 주민들의 반대를 이유로 건축 허가를 내지 않았다. 고려대 역시 학교 부지에 기숙사 신축을 추진했지만, 지역 주민들이 '개운산 자연환경 지킴이'를 결성해 기숙사 설립을 막아섰다. 성북구청과 성북구의회 등도 이에 동조하며 기숙사 신축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지역구 국회의원들도 이러한 지역사회 움직임에 힘을 보탰다.

한 대학 관계자는 "학생들을 위해 짓는 기숙사 신축을 원룸 임대 수익이 떨어진다며 막아선 것은 지역사회"라며 "기숙사 신축이 제때 이뤄졌다면 보다 많은 유학생을 관리해 지역감염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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