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재 기자 / 사진 김혜진 기자] “5월 칸부터 이번 오스카까지 많은 경사가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어떤 영화사적 사건으로 기억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요. 하지만 배우분들의 멋지고 아름다운 연기와 스태프분들이 장인 정신으로 만든 장면, 그 신마다 자리한 저의 고민 등으로 ‘기생충’이 영화 자체로 오래 기억됐으면 좋겠다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시작과 끝이 같았다. 제92회 아카데미 최다 수상을 기록한 ‘기생충’ 팀이 지난해 4월 제작보고회에 이어 같은 장소로 되돌아와 약 1년에 달하는 홍보 일정의 마침표를 찍었다.칸과 아카데미를 동시 석권하며 전인미답의 경지에 오른 봉준호 감독은 대중이 ‘기생충’을 역사가 아니라 본래의 존재, 즉 영화로 기억해주기를 간절히 바랐다.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의 기자간담회가 19일 오전 서울시 중구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됐다. 이날 현장에는 봉준호 감독,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 감독, 양진모 편집 감독, 배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박명훈이 참석했다.봉준호 감독의 7번째 장편 영화 ‘기생충’은 지난해 제72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을 시작으로, 제66회 시드니영화제(최고상)·제15회 판타스틱페스트(관객상)·제38회 밴쿠버영화제(관객상)·제43회 상파울루국제영화제(관객상)·전미비평가위원회(외국어영화상)·뉴욕비평가협회(외국어영화상)·LA비평가협회(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필라델피아비평가협회(외국어영화상)·워싱턴DC비평가협회(작품상 감독상 외국어영화상)·시카고비평가협회(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외국어영화상)·제9회 호주아카데미(작품상)·미국영화연구소(특별언급상)·전미비평가협회(작품상 각본상)에 이어, 제77회 골든글로브시상식에서는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9일에는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까지 4관왕에 올라 한국 영화 새 100년의 시작을 성대히 밝혔다.이날 이선균은 “지난해 한국 영화100주년이 황금종려상으로 마무리됐다면, 올해 아카데미상 수상으로 또 다른 역사가 시작되는 듯하다. 시의적절한 순간에 상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그 순간을 함께할 수 있어 너무 영광”이라고 했다. 이어 “오늘의 결과가 일시적 관심이 아니라 한국 영화의 큰 밑거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기생충’이 아카데미시상식에서 거둔 성과는 ‘기록 잔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먼저 작품상 수상은 비(非) 영어 영화로는 아카데미시상식 역사상 최초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작품상까지 석권한 경우는 영화 ‘잃어버린 주말’ ‘마티’에 이어 세 번째다. 더불어 아시아인 감독이 감독상을 손에 쥔 것은 이안 감독에 이어 두 번째고, 각본상 수상은 아시아 영화로는 최초의 기록이다. 국제장편영화상(구 외국어영화상) 수상은 한국 영화 사상 처음이고, 아시아 영화로 분야를 넓히자면 영화 ‘와호장룡’ 이후 19년 만의 수상이다.
‘기생충은 쿨하다(PARASITE is Cool)!’ 총괄 제작자 자격으로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 수상 소감을 전한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그의 재킷에 직접 수놓은 ‘기생충’ 관련 문구 중 하나다. 국내를 비롯, 전 세계 약 67개국에서 개봉한 ‘기생충’은 시쳇말로 현재 가장 ‘핫한’ 영화 중 하나다. 북미 박스오피스에서는 역대 외국어 영화 흥행 4위에 올랐고, 한국 영화가 일본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른 것은 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 개봉 후 15년 만의 일이다.사실 봉준호는 언제나 쿨했다. 하지만 왜 지금에 폭발한 것일까.먼저 봉준호 감독은 “‘괴물’도 ‘설국열차’도 사이파이 요소가 많은 작품인데, ‘기생충’에는 그런 것이 없다”며, “동시대 이야기고 우리 이웃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이야기를 한국의 뛰어난 앙상블이 실감 나게 표현한 덕”이라고 자평했다.한진원 작가는 등장인물의 개성에서 이유를 찾았다. 그는 “우리 영화는 선악 대립으로 흘러가기보다 열 캐릭터마다 드라마가 있고, 욕망이 있고, 이유가 있다. 모두에게 연민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색다른 즐거움이 아니었나 싶다”고 전했다. 이정은은 시의성에 주목했다. 그는 “동시대 문제를 재밌게, 그렇지만 심도 있게 표현했고,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 불가능한 것도 대단했다”고 설명했다. 봉준호 감독 역시 현대 사회의 치부를 언급했다. 그는 “빈부 격차의 씁쓸하고 쓰라린 면을 1센티라도 피하고 싶지 않았다. ‘이 영화 자체가 그런 영화’라는 생각에 시작부터 엔딩까지 그 부분을 정면 돌파하려고 만든 영화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대해 솔직하게 그리려 한 것이 이 영화의 유일한 길이었다”며, “이런저런 수상 여부를 떠나 전 세계 관객분들의 호응이 큰 의미고 기쁨”이라고 밝혔다.이날 봉준호 감독은 아침에 마틴 스콜세지 감독에게 편지를 받았다며, ‘조금만 쉬고 빨리 다시 일했으면 좋겠다’는 거장의 부탁을 짤막이 소개했다. 차기작은 두 편이다. 하나는 공포스러운 상황이 서울 도심에서 벌어지는 내용의 한국어 영화고, 다른 하나는 2016년 런던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어 영화다. 봉준호 감독은 “20년간 해 온 대로 열심히 시나리오를 쓰는 것이 내가 영화 산업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했다.그렇게그는 현실로 돌아가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bnt뉴스 기사제보 star@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