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에 놓인 가장 시급한 과제는 연금개혁을 통해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여나가는 것입니다. 정부가 국민연금으로 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부차적 문제보다는 이쪽에 힘을 쏟아야 합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사진)은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국민연금 정책 담당자들은 ‘연금이 소진되면 그때 가서 부과 방식으로 바꾸면 된다’며 연금 재정 안정성 문제를 가볍게 보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은 그동안 인터뷰와 세미나 등에서 ‘국민연금 기금이 어떤 식으로든 결국 소진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일하는 젊은 세대한테서 연금 보험료를 매해 걷어 그해 노령 은퇴자에게 바로 지급하는 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혀왔다.
윤 연구위원은 하지만 “부과 방식은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적정한 재정 안정화 조치 없이 720만 명에 달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모두 은퇴하면 젊은 세대와 후세대의 장래 부담은 급격하게 높아져 감당하기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들이 부과 방식을 채택한 사례로 독일을 언급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독일은 경제성장률, 출산율, 평균수명 증가율 등에 맞춰 연금 급여가 자동 조절되도록 탄력적으로 운용해 재정 불안 요인을 미리 제거했다”고 했다.
윤 연구위원은 “연금 제도의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당장 연금 개편에 집중해야 한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기금으로 공적 투자를 확대하고, 주주권 행사에 깊게 간여하는 등 어떻게 쓸지에 더 관심을 두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연구위원은 연금 개편 논의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사회적 대화 방식’으로 추진하다 보니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결국 시기도 놓쳤다고 했다. 적절한 합의점을 찾아내기 힘든 상황에서는 정부 또는 국회가 주도적으로 이를 관철해야 하는데 시간만 끌다가 결국 20대 국회에서 개편안 통과가 무산됐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기금 운용의 대표성을 확보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연구위원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공적연금제도는 정부가 독자적으로 연금을 통해 민간 경제에 간섭하지 못하도록 구조적 장치가 돼 있다”며 “반면 국민연금은 노사를 비롯한 가입자들이 자기 입장을 충분히 반영할 만큼 위원 수를 확보하지 못해 사실상 정부가 결정권을 쥐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종석 전문위원 js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