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니스월' 11년 만에 풀린다

입력 2020-02-20 15:16
수정 2020-02-21 00:44
여야가 증권사의 이해상충 문제를 막기 위해 도입된 부서 간 칸막이인 ‘차이니스월’(정보교류 차단) 규제 완화에 사실상 합의했다. 증권업계에선 차이니스월이 미공개 정보 교류 차단 등 본래 목적보다는 인건비 상승과 업무 효율성 저하로 이어졌다며 개선을 요구해왔다.

여야 법안 통과 공감대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혁신금융 활성화 차원에서 차이니스월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 처리에 야당과 합의했다”며 “이르면 이달 국회에서 통과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미래통합당 간사인 김종석 의원도 “사무실 분리와 임원 겸직 금지 등 물리적 칸막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규제”라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여야는 21일 정무위 법안심사 소위에서 해당 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 금융투자회사는 차이니스월 규제에 따라 고유자산운용 부서와 투자은행(IB), 리서치, 채권 발행 부서 등의 정보 교류를 일체 금지하고 있다. 사무 공간뿐 아니라 임직원의 겸직도 제한한다. 2009년 시행된 뒤 10여 차례 보완됐지만 큰 틀에서 규제 완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개정안에 따르면 증권사는 자율적으로 미공개 정보에 관한 내부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 자율규제이지만 법을 위반해 증권사가 이익을 얻거나 손실을 피했을 경우 이익금의 최대 1.5배를 과징금으로 내도록 했다. 미공개 중요 정보의 교류는 여전히 막지만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 교류는 일정 부분 허용해준다. 각 부서의 정보 교류 자체를 일률적으로 막을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증권사가 기업의 인수합병(M&A)을 자문할 때 부서 간 칸막이로 주식이나 채권, 파생상품 거래 등을 ‘원스톱’으로 서비스하기 힘들었다”며 “앞으로는 한 증권사에서 종합적인 자문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계 증권사도 규제 완화 건의

개정안이 통과되면 인력 규모가 작은 외국계 증권사도 혜택을 볼 전망이다. 10~30명 규모 소규모 지사를 둔 외국계 증권사는 심하면 임원 비중이 30%를 넘는 경우도 많았다. 대부분 부서마다 임원을 따로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 외국계 증권사의 임원은 “증권사 내에서도 IB와 리서치 부문 등 각 부서에 임원을 둬야 한다”며 “비용이 지나치게 늘다 보니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회사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영국도 사전규제 대신 자율규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최소한의 필수 원칙을 자율규제에 넣고, 이를 잘 지키고 있는지만 심사한다.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도 차이니스월 규제 완화에 긍정적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날 “라임 사태 등 규제 완화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있긴 하지만 차이니스월과는 큰 관련이 없다”며 “국회 법안 통과를 최대한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 차이니스월(chinese wall)

금융회사 내 물리적 정보교류 차단 장치를 말한다. 일률적으로 증권사의 특정 부서 간 정보 교류와 임직원의 겸직을 원천 금지한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