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해외 투자은행(IB)들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낮추고 있다. 최악의 경우 올해 성장률이 0.5%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일본계 증권사인 노무라증권은 18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작년(2.0%)보다 낮은 1.8%로 전망했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은 0.2%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기업들이 코로나19로 중국산 부품 조달에 차질을 빚는 가운데 중국인 관광객도 줄고 있다”며 “이번 사태의 경제적 피해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발생 때보다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무라는 올해 2분기 코로나19 사태가 수습 국면에 진입하면서 한국 경제도 서서히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노무라는 코로나19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 한국의 연간 성장률은 0.5%, 1분기 성장률은 -2.9%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전날 코로나19 사태를 반영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9%로 하향 조정했다. 영국 경제분석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도 성장률을 기존 전망인 2.5%에서 1.5%로 대폭 낮췄다.
옥스퍼드대 산하 연구기관인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0%로 낮췄다. JP모간도 올해 성장률 전망을 2.3%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이 같은 전망치는 정부의 올해 성장률 목표치(2.4%)를 밑도는 수준이다.
박석길 JP모간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산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조업을 중단하는 등의 영향으로 올 1분기 성장률은 -0.3%에 그칠 것”이라며 “향후 급격한 경기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올 2분기 성장률이 1%대까지 상승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경기가 구조적 침체 국면에 들어선 데다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