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야권 통합 신당인 ‘미래통합당’(약칭 통합당)이 17일 공식 출범했다. 2016년 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 분열했던 보수 진영이 ‘반문’(反文·반문재인)을 고리로 3년여 만에 재결합하면서 ‘여권 우세’가 점쳐졌던 4·15 총선 판도에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정치권에선 통합 구성원 간 ‘화학적 결합’과 과감한 인적 쇄신을 통해 ‘도로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이라는 틀을 깨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황교안 “통합당 출범은 국민 명령”
통합당은 이날 국회에서 출범식을 열었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가 작년 11월 6일 “자유 우파 대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지 103일 만이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옵니다’ ‘통합된 국민의 힘으로 대한민국의 미래 희망을 피우겠습니다’ 등이 적힌 배경막 앞에 선 황 대표는 “통합당의 출범은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라는 국민들의 명령이 이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총선까지 남은 58일 동안 죽기 살기로 뛰어 반드시 필승하겠다”고 말했다.
보수 정당이 ‘신설 합당’ 방식으로 통합한 것은 1997년 신한국당과 통합민주당이 합당해 한나라당이 만들어진 이후 23년 만이다. 이날 출범식에는 황 대표와 유의동 새로운보수당 책임대표, 이언주 미래를향한전진4.0 대표, 장기표 국민소리당 창당준비위원장 등이 자리했다. 유승민 새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유 책임대표는 “보수 재건의 밀알이 되기 위해 오늘부로 평당원으로 내려가겠다”고 했다.
신당 지도부는 황 대표 등 자유한국당의 기존 8명에 최고위에 원희룡 제주지사, 이준석 새보수당 젊은정당비전위원장, 안철수계 출신 김영환 전 의원, 김원성 전진당 최고위원 등이 합류해 총 12명으로 구성됐다. 심재철 원내대표, 박완수 사무총장 체제는 유지된다. 의석수는 한국당 105석, 새보수당 7석, 전진당 1석을 합해 총 113석이다.
통합당은 이날 강령과 정강정책도 발표했다. 강령은 ‘자유·민주·공화·공정’이 골자다. 기존 한국당 강령에 포함됐던 ‘보수’란 표현은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대’를 위해 뺐다. 정강정책에는 ‘한·미 동맹 존중’ ‘북핵 위협 제거’ ‘개인·기업의 자율과 창의 존중’ 등을 주요 가치로 담았다. 당색과 당의 상징 표어는 파스텔톤 분홍색인 ‘해피 핑크’와 ‘하나 된 자유 대한민국의 힘’으로 각각 정했다.
최대 난제는 ‘도로 새누리’ 극복
통합당이 출범하면서 이번 총선은 더불어민주당과 통합당, 바른미래당 등 호남계 통합 정당, 정의당,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 등 크게 5개 정당 구도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당 내에선 “민주당과의 대결에서 이길 승산이 충분히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선 신당이 ‘범(汎)중도·보수 통합’이란 당초 목표와 달리 한국당, 새보수당 중심으로만 구성돼 ‘도로 새누리당’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합당 최고위원 12명 중 김영환 전 의원과 김원성 위원을 제외한 8명은 새누리당계 출신이다. 총선 공천관리위원회도 기존 한국당의 ‘김형오 체제’(총 9명)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당 내부에서 ‘반쪽 통합’ ‘소통합’ 등의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통합의 두 축이었던 황 대표와 유승민 위원장의 ‘화학적 결합’이 성공할지도 관건이다. 두 사람은 작년 11월 ‘회동 제의’가 처음 나온 이후 석 달 넘게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면서 만나지 않고 있다. 통합당 관계자는 “‘통합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황 대표와 유 위원장이 손을 맞잡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 위원장은 지난 9일 한국당과의 신설합당 추진과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 1주일 넘게 침묵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유 위원장이 신당 출범식에 불참한 것을 보면 통합 방식 등에 만족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당 안팎에선 유 위원장이 신당 선대위원장을 맡아 수도권 선거를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오직 총선용으로 급조된 이합집산 정당에 머무르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하헌형/성상훈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