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드러난 中國의 부실

입력 2020-02-17 18:01
수정 2021-07-21 15:58
1911년 10월 중국 우한에서 ‘정치적 바이러스’ 감염이 일어났다. 중국 철도를 외국이 지배하고 있는 것에 항의하는 혁명 세력이 청 왕조의 군 주둔지를 급습해 이들을 격파하면서 청은 급격히 약화됐다. 신해혁명을 촉발시킨 ‘우창봉기’로 알려진 이 정치적 바이러스는 급속히 확산됐다. 3개월 뒤 중국 혁명 세력은 만주의 지배자를 쓰러뜨리고, 중화민국 탄생을 예고했다.

오늘날 우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중심지가 됐다. 이 바이러스가 중화인민공화국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 혁명 세력과 같을지도 모른다.

코로나19가 중국 정부를 붕괴시킬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바이러스 확산은 공산당 권력 기반의 허점을 드러냈다. 이번 사태는 중국의 국제적 이미지를 근본적으로 바꿀지도 모른다.

체제유지에 급급한 一黨지배

코로나19는 놀랄 만한 속도로 퍼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환자를 격리하기 위해 우한을 포함한 주요 도시를 봉쇄했다.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 더 많은 사람이 이 바이러스로 사망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중국 당국의 대응에 소셜미디어에서 불만의 소리가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바이러스 확산을 경고하려다 당국의 위협을 받은 의사의 죽음은 많은 사람의 분노를 자아냈다. 일당이 지배하는 국가에서는 시민의 건강보다 사회질서 유지가 더 중시된다는 점이 이번 사태에서 증명됐다.

이런 모든 사태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위협하고 있다. 2012년부터 시작된 시 주석의 통치는 그를 숭배하는 데 중점을 뒀다. 그는 지금 중국 사회의 안정이 위험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우한에서의 상황이 새로운 혁명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시 주석은 전염병 퇴치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고 자국민 5000만여 명에 대해 이동 제한을 명령했다. 시 주석이 위기를 자신의 존재를 위협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다. 중국 정부는 시민 감시를 강화하고 마스크 착용 여부 등도 감시하고 있다.

덩샤오핑의 지도 체제하에서 1978년 이후 실시된 ‘개혁 개방’과는 대조적으로 시 주석 밑에서 중국은 이번 감염증의 확산 이전부터 억압적이고 비밀스러우며 배타주의적인 성향을 보였다. 중국은 부유한 자산에도 불구하고 국제적으로는 거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많은 국가는 이제 중국의 부상을 지역과 국제질서에 주요한 위협으로 보고 있다.

제때 대처 못하면 후유증 심각

과학은 최종적으로 코로나19를 물리칠 것이다. 하지만 이번 감염증 확산은 중국에 대한 세계의 생각을 바꾸게 할 것이다. 국내적으로 보면 감염증은 중국 공산당의 통치 능력에 대한 실망감을 줬다. 이와 함께 당국자의 위기 대응 능력이 부족하고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데 대한 국민의 분노를 가져왔다. 감염증 확산 정도에 따라 중국이 이 같은 이미지를 회복하려면 수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중국 경제와 사회의 진실이 드러나면서 시 주석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19는 중국의 강함과 약함을 명확히 평가하는 데 필요한 충격일 수 있다. 만약 제대로 검증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새로운 ‘우한 혁명’도 배제하지 못한다.

정리=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이 글은 마이클 오슬린 미국 후버연구소 연구위원이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From Washington to Wuhan, All Eyes Are on Xi’를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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