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잔칫상' 기대…'전자산업의 쌀' MLCC, 다시 포만감 찾을까

입력 2020-02-17 17:04
수정 2020-02-18 02:00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에 두루 쓰여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5G(5세대) 이동통신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MLCC 공급 확대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면서 가격 인상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공급 부족에 가격 인상

17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MLCC 시장 점유율 5위 업체인 대만 야게오는 이르면 다음달부터 MLCC 가격을 30%가량 올릴 방침이다. 가격 인상의 가장 큰 이유는 공급 부족이다.

세계 1위 MLCC 업체인 일본 무라타제작소와 2위인 삼성전기, 야게오 등은 춘제(중국 설) 연휴가 끝난 지난 10일부터 공장 재가동에 들어갔으나 코로나19 확산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생산량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무라타는 장쑤성 우시(두 곳)·선전(한 곳), 광둥성 포산(한 곳) 등 중국에 4개 공장을 두고 있다. 삼성전기는 톈진, 야게오는 장쑤성 쑤저우와 광둥성 둥관에서 각각 MLCC를 생산한다.

하지만 춘제 이후 복귀한 근로자 수가 줄어든 데다 중국 지방 정부가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이유로 물류 이동을 막으면서 원료 조달도 차질을 빚고 있다. 제품 주문에서 인도까지 걸리는 시간도 6주에서 12~15주로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야게오는 지난해 1분기 140일분에 달했던 MLCC 재고가 올 1분기엔 50일분 이하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 2분기부터는 MLCC 공급 부족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에 마이너스 성장

MLCC는 부품 사이에 발생하는 전자파 간섭 현상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정보기술(IT) 기기의 성능이 복잡해지고 저장 용량도 커지고 있지만, 두께는 얇아지면서 이전보다 초소형 MLCC가 더 많이 들어간다. MLCC 수요 확대에 힘입어 삼성전기는 2018년에 창사 이래 첫 ‘영업이익 1조(1조818억원) 클럽’에 가입했다.

호황을 누리던 MLCC 시장은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극심한 불황을 겪었다. 재고가 늘어난 탓에 가격은 급락했다. MLCC 비중이 90%에 달하는 삼성전기 컴포넌트솔루션사업부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3907억원으로 2018년(8221억원)에 비해 반 토막 났다. 무라타도 지난해 9~12월 MLCC 매출이 1457억엔(약 1조57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7.9% 줄었다.

5G·전장용 MLCC 수요 ‘쌍끌이’

올해는 5G 스마트폰 및 자동차 전장용 수요가 늘면서 MLCC 시장이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4G(LTE)보다 높은 주파수를 쓰는 5G 폰에는 이전보다 20~30% 많은 1200~1300개의 MLCC가 들어간다. 지난해 1500만 대 선에 그친 5G 폰 출하량이 올해 2억 대에 달할 것으로 통신업계에선 보고 있다.

무라타는 지난 3일 기업설명회(IR)에서 지난해 4분기(10~12월) 신규 MLCC 수주 물량이 1562억엔(약 1조6800억원)으로 전년보다 25%가량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전기도 지난달 29일 콘퍼런스콜(전화회의)을 통해 “올 상반기 MLCC 공장 가동률은 작년 4분기(80%)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로 전장용 MLCC 시장도 확대되는 추세다. 전기차 한 대에는 1만3000여 개의 MLCC가 필요하다. 삼성전기는 5000억원을 들여 톈진에 전장용 MLCC 공장을 완공해 올 상반기 가동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전체 매출에서 전장용 MLCC가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10%에서 2024년까지 3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 MLCC

multi-layer ceramic capacitor. 전자제품 회로에 전류가 일정하게 흐르도록 조절하고 부품 간 전자파 간섭 현상을 막아주는 부품.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