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에 관심이 많은 젊은 사람들이 ‘호요미’와 비슷한 모임을 만들고 즐길 때 국내 예술산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습니다.”
미술애호가 모임 ‘호요미(好樂美)’를 이끄는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예술에 조예가 깊다. 국내 작가와 작품 가격을 비교 분석해 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그림가격지수’를 개발하기도 했다. 최 원장은 2007년 평소 미술관을 자주 찾고 화랑에서 작품을 구매하곤 했던 아마추어 미술애호가들과 호요미를 꾸렸다.
호요미는 《논어》 제6 옹야편 20장 ‘지지자불여호지자, 호지자불여요지자(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에서 따왔다. 알기만 하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는 뜻이다. 최 원장은 “미술에 대해 잘 아는 것을 넘어 좋아하고 즐기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최 원장을 포함해 김신배 포스코 이사회 의장, 안경태 전 삼일회계법인 회장, 김낙회 전 제일기획 사장, 김도균 대천나염 대표, 김순응 김순응아트컴퍼니 대표, 박은관 시몬느 회장, 이무경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이동규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임영철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 지동현 전 KB국민카드 부사장, 홍준형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등 12명이 활동하고 있다.
호요미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미술품 감상과 구매를 위한 계모임을 운영했다. 계모임의 원칙은 ‘3-3법칙’. 30대 신진 작가들의 300만원대 작품을 구매한다는 의미다. 열악한 미술 시장에서 신진 작가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2017년 호요미 회원들의 인터뷰를 담은 《우리는 곗돈으로 그림 산다》를 내놓기도 했다.
최 원장은 “그림을 직접 사는 것만큼 좋은 공부는 없다”며 “작가와 작품에 대해 깊이 파고들어야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젊은 작가들의 그림을 사고 같이 늙어가는 것 자체로 즐거운 일”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지난해부터는 다시 미술품 감상과 예술 공부에 초점을 맞춘 친목모임으로 돌아갔다. 짝수달 세 번째 월요일에 모임을 연다. 각 분야 전문가들을 초청해 토론을 하기도 한다. ‘미술 아카이브와 김달진자료박물관’(김달진미술연구소장), ‘아베의 전쟁과 한·일관계의 미래’(홍준형 교수)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회원들이 함께 각종 전시회도 방문한다.
호요미와 비슷한 예술 모임이 늘어나기를 바라는 게 이들의 마음이다. 최 원장은 “순수한 마음으로 문화생활을 위해 만나고 서로에게 부담을 주지 않았던 게 끈끈하게 지속될 수 있었던 비결”이라며 “모임이 늘어나고 예술산업이 활성화된다면 국민들의 문화 수준이 선진국에 걸맞은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