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대주주보다 소액주주에게 더 많은 배당금을 지급하는 차등배당을 꾸준히 하고 있는 기업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 국민연금 등의 배당 확대 요구가 거세지면서 배당가능 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기업들이 차등배당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다.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회사의 의지를 보여주는 만큼 주가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개인배당 더 주는 종목 11개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등에 따르면 전날까지 지난해 결산배당 공시를 낸 상장사 가운데 차등배당을 발표한 기업은 오리온홀딩스 금호석유화학 성도이엔지 등 11곳인 것으로 집계됐다. 차등배당은 최대주주 몫을 줄여 일반 주주에게 돌아갈 배당을 늘리는 배당 정책이다. 배당금 증액 없이 주주들의 배당 요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과 기관투자가의 호응을 얻는 방식으로 꼽힌다.
금호석유화학 정상제이엘에스 일진파워 쎄니트 등 네 종목은 4년 연속 차등배당을 하고 있는 종목으로 꼽힌다. 금호석유화학은 2016년 영업이익(1571억원)이 전년보다 4.2% 감소하는 등 부진한 실적을 낸 것을 계기로 매년 차등배당에 나섰다. 영어학원 운영사 정상제이엘에스는 고(高)배당주로서 개인 배당주 투자자의 관심이 높은 종목이다. 지난해 시가배당률(주당 배당금/주가)은 5.46%에 달했다.
2013년부터 차등배당을 해온 정상제이엘에스는 2019년에도 소액주주 주당 430원, 최대주주 주당 300원의 배당을 결의했다. 원자력발전 업체 일진파워는 2007년 11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뒤 2008년부터 12년간 차등배당을 하고 있다.
이 밖에 자동차 휠 전문 제조업체인 핸즈코퍼레이션도 작년부터 두 번째 차등배당을 결정했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은 소액주주의 60%인 주당 78원을 배당받는다. 지난해 순이익 69억원으로 전년 대비 70.6% 늘어나는 등 호실적을 냈지만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차등배당을 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대주주 지분율 높으면 차등배당 경향
전문가들은 차등배당이 주주환원에 대한 오너 또는 대주주의 의지가 있어야 가능한 만큼 투자자에게 긍정적 요인으로 보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주주의 양보로 소액주주가 안정적인 배당금을 받아 주주이탈이 방지되고 장기 투자자가 확보된다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차등배당을 고수하는 기업 중에는 최대주주 지분율이 40%를 웃도는 곳이 많은 점이 특징이다. 최근 수년간 차등배당을 해온 SPC삼립은 최대주주 파리크라상의 지분율(특수관계인 포함)이 73.5%에 이른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기업이 일률적 배당을 하면 소액주주 가치 제고라는 취지가 퇴색될 뿐 아니라 높은 세금 부담이 가해져 대주주로서도 매력적이지 않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에 속해 최고 세율을 적용받으면 배당금의 46.2%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기업 이익 감소로 배당여력이 줄었을 때도 상장사들이 차등배당을 하려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 대주주에 배당하지 않은 채 일반주주만을 대상으로 배당 계획을 발표한 두 곳(성도이엔지, 브리지텍)은 모두 작년 순이익이 적자전환됐다. 성도이엔지 측은 “최대주주인 서인수 대표가 책임경영을 실현하고자 배당권리를 전부 포기했다”고 밝혔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