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개봉된 ‘미씽:사라진 여자’ 이후 여성 중심 장르물의 계보를 이을 영화가 충무로에서 선보인다. 박신혜, 전종서, 김성령, 이엘 주연의 영화 ‘콜’의 이야기다.
이 작품은 단편영화 '몸값'으로 피렌체 한국영화제, 파리 한국영화제 등 초청된 이충현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이 감독은 올해 서른 살로, 90년 생의 젊은 연출자다.
'콜'은 2019년에 살고 있는 서연(박신혜)과 1999년 과거에 살고 있는 영숙(전종서)이 전화 한 통으로 연결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20년 전 죽은 서연의 아버지를 살려주겠다는 영숙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베일에 가려져있던 영숙의 정체가 연쇄살인마였음이 드러나며 두 사람 간 팽팽한 긴장감이 유발된다. 박신혜, 전종서가 출연해 연기 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17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이충현 감독은 “이 영화는 사실 ‘더 콜러’라는 원작이 있다. 영필름에서 이를 토대로 기획한 초고가 있었고, 예측불가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주로 여성배우들이 나오고 여성 배우가 이끌어가는 장르 영화라 밀도 있고 하드하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없는 형태라고 한다. 어느 정도 힘을 줄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신혜는 그동안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쌓아왔다. 2017년 개봉된 영화 '침묵'에서 깊어진 연기력을 선보인 바 있는 그가 3년 만에 영화 '콜'을 선택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는 "드라마, 영화 통틀어 가장 강렬한 캐릭터이며 과거를 바꾸기 위해 댓가를 처절하게 치루는 인물이다. 연기하면서도 제가 모르던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엔 서연이 영숙에게 끌려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엄마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 치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스릴러퀸'이라는 수식어를 기대해도 좋겠냐는 질문에 "작품 내에서 숏컷을 해봤다. 느낌이 색다르실 것"이라고 기대감을 높였다.
전종서는 2018년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으로 충무로 기대주로 떠올랐다. 차기작 '콜'을 통해 이전보다 성장한 모습을 볼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됐다. 그는 "감정 과열돼있고 공격적인 캐릭터다. 감독님과 사전에 이야기를 많이 한 게 도움이 많이 됐다. 서로 많은 대화 없이 작은 사인만으로도 알아차리며 촬영했다"고 밝혔다.
데뷔작 ‘버닝’과의 비교에 대해 전종서는 "'버닝'과 '콜' 두 캐릭터 다 공통점이 있다는 생각은 안했다. 도리어 너무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이날 "이분들을 한 영화에 모실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캐스팅 소감을 밝혔다. 이어 박신혜 캐스팅에 대해 "출연 작품을 보면 하드한 장르물, 밀도 높은 스릴러에도 힘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영화에서 기둥이 되어 주셨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전종서에 대해서는 "시나리오를 쓸 당시에 '버닝'을 극장에서 세 번 봤다. 직감적으로 영숙과 캐릭터가 너무 잘 어울릴 거라는 생각을 했다. 영화에서 너무 멋진 모습 보여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김성령은 실제로 굉장히 순수하고 모성애가 있다. 그게 서연 엄마의 캐릭터와 잘 맞았다. 저희 영화에서 20년 사이로 과거와 현재를 나타낼 수 있는 배우는 김성령이 유일무이하다"고 설명했다.
'신엄마' 역의 이엘에게는 출연 거절 당할까봐 조마조마 했었다고. 그는 "이엘 자체가 가진 독보적 분위기가 있어 다행히 승낙을 해주셔서 정말 다행이었다"고 덧붙였다.
박신혜는 동갑내기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에 출연한 것에 대해 "인물의 디테일한 감정 하나까지 감독과 모니터링하며 토론했다. 감독님이 동갑내기이기도 하지만 상업영화 첫 도전이시다. 저도 이같은 장르에 처음 도전하게 되어 서로 열띤 토론을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반면 이엘은 이충현 감독에 대해 "저는 토론하기보다 이야기가 감독의 머릿속에 다 들어있어 감독이 원하는 지점을 찾아가는 연기를 했다. 테이크도 많이 안 갔다"고 칭찬했다. 이어 "이 작품은 주요인물 4명이 여자인 것에 반했다. 시간이 왔다 갔다 하면서, 상황이 바뀌는 시나리오가 재밌었다"고 덧붙였다.
김성령은 "전체적으로 촬영 현장 분위기가 좋았다. 감독은 저에게 낯선 분이긴 했다. 나이 차이도 너무 많이 나고 해서, 제가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 갭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편했다. 영화는 굉장히 무서웠지만 여자 배우들은 편하게 웃고 떠들고 맛있는거 먹었다. 남자 배우 없이 우리끼리 찍으니 편한 부분도 있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함께 호흡한 배우들에 대해 김성령은 "박신혜는 커리어를 잘 쌓아오지 않았나. 굉장히 성숙한 뒤 다시 만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또 "전종서는 신인이라 그런지, 예측불허하다. 어떻게 연기할지도 모르겠고, 새로운 열정을 보며 리프레시 할 수 있었다. 수많은 액션신의 리허설을 요령 부리지 않고 몸을 사리더라. 온 몸에 멍이 들 정도였다. 새로운 자극이었다"고 칭찬했다.
아울러 이엘에 대해선 "시나리오 속 사람이 툭 튀어나온 것 같았다. 비주얼적으로 굉장한 카리스마였다. 네 배우 중 가장 카리스마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관전포인트를 전했다.
'콜'은 오는 3월 개봉 예정이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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