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간판 제조업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잇따라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 대기업들이 줄줄이 공장 가동을 멈추자 제일 밑단의 하청업체에까지 연쇄적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안 그래도 생산성 하락에 시달리던 국내 제조업이 또 한 번 휘청이는 양상이다. 국내외 경제조사기관들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수준(2%)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17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1.9%로 하향 조정했다. 보고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 경제활동에 불러온 충격이 한국의 생산과 관광산업 등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공장을 재가동하더라도 떨어진 품질과 수율(정상 제품 비율)을 올리는 데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기업의 조업 중단으로 협력업체, 그중에서도 영세 제조업체들은 생사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원청의 생산공장이 멈추자 대부분 납품에 의존하는 30인 미만 영세기업들은 감원 위기에까지 내몰리고 있다. 이날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코로나19와 관련해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한 기업이 지난 14일 기준 369곳(대상 인원 6만4000여 명)에 달했다. 코로나19 사태 확산에 따라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요건을 완화한 지난달 29일 이후 신청이 대거 몰렸다.
고용유지지원금은 매출 또는 생산량 감소로 고용 조정이 불가피하게 된 사업주가 감원하지 않고 휴업, 휴직 등 고용유지 조치를 한 경우 정부가 인건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사업주가 지급한 인건비의 최대 3분의 2 범위(하루 상한액 6만6000원) 내에서 최장 180일간 지원한다.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기업을 보면 30인 미만 영세기업이 253곳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30~99인 기업은 71곳, 100인 이상 기업은 45곳이었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부품업 120곳을 포함한 제조업이 151곳이었다. 여행업도 122곳에 달했다. 고용부는 신청 기업을 대상으로 현장 실사를 거쳐 사업주가 해당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한 사실을 확인한 뒤 지원금을 내줄 계획이다.
코로나19와 관련한 특별연장근로 인가 신청도 14일 기준 총 69건으로 크게 늘었다. 의료기관 등 방역 관련 사업장이 28건, 마스크·손 세정제 관련 기업이 13건, 중국 내 공장 생산 중단으로 인한 연장근로 인가 요청이 19건이었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이날 경기 화성 발안산업단지를 찾아 10여 개 자동차 부품회사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현장의견을 수렴했다.
김익환/백승현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