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체류 외국인 252만명…"다문화 사회 진입"

입력 2020-02-17 15:24
수정 2020-02-18 03:13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이 사상 처음으로 250만 명을 넘어섰다. 전체 인구 대비 외국인 비율이 5%에 육박하면서 한국이 사실상 다문화 사회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저임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문재인 정부 들어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불법체류 외국인은 사상 최대인 40만 명에 육박했다.


올해 다문화 사회 진입

17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총 252만4656명으로 전년 대비 6.6% 증가했다. 전체 인구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4.9%에 달했다. 통상 학계에서는 이 수치가 5%를 넘으면 다문화 사회로 분류하는데, 외국인 증가세를 감안할 때 한국은 올해 다문화 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국적별로는 중국이 110만1782명으로 비중(43.6%)이 가장 컸다. 이 가운데 70만1098명은 한국계 중국인(조선족)이었다. 이어 베트남 22만4518명(8.9%), 태국 20만9909명(8.3%), 미국 15만6982명(6.2%), 일본 8만6106명(3.4%) 등의 순이었다. 최근 5년 동안 중국과 미국 출신이 차지하는 비율은 줄어들고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출신이 늘어났다.

체류 외국인 유형 중에선 취업을 목적으로 한국을 찾는 젊은 외국인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취업자격 체류 외국인은 총 56만7261명이었다. 단순기능인력이 91.8%, 전문인력은 8.2%였다. 결혼이민자는 전년 대비 4.3% 증가한 16만6025명을 기록했다. 이 중 82.6%가 여성이었다. 외국인 유학생은 18만131명으로 2018년에 비해 12.1% 증가했다. 연령으로 따지면 30대(66만4515명)와 20대(65만33명)가 전체 체류 외국인의 52%로 과반을 차지했다.

외국인 증가 흐름에 대해선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젊은 외국인들의 유입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거론된다. 국내 외국인은 2007년 중국과 옛 소련 지역 재외동포를 위한 방문취업제가 도입되면서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당시 중소기업 업계는 인력난을 해소할 수단이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반면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 ‘홍콩 지지’ 대자보 사건과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때 내국인과 중국인 사이에 갈등이 빚어졌다”며 “서로에 대한 공감이 부족한 상황에서 다문화 사회로의 진입은 사회 갈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불법체류자 전년 대비 10%↑

지난해 불법체류 외국인은 총 39만281명으로 전년 대비 9.9% 늘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불법체류자는 급증하고 있다. 2018년 불법체류자가 사상 최대 폭인 10만 명 가까이 늘어난 데 이어, 작년에도 3만5000여 명이 증가했다. 박근혜 정부 때 불법체류자가 2만여 명 늘어나는 데 그치고, 이명박 정부 때 불법체류자가 오히려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현 정부가 최저임금을 크게 올린 것이 중국과 동남아 등지에서 불법체류자를 대거 불러들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불법체류자 상당수는 단기형 비자를 발급받아 입국한 뒤 기간이 지나도 출국하지 않고 그대로 눌러앉는 수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단기 체류 자격으로 한국에 들어온 불법체류자는 2016년 13만여 명에서 지난해 29만여 명으로 3년 만에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