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구민'입니다"…총선 출마 위해 가명 공개한 태영호

입력 2020-02-16 17:37
수정 2020-02-16 19:05


“저의 주민등록상 이름은 ‘태구민(太救民)’입니다. 주민등록상 생년월일도 실제와 다릅니다.”

자유한국당 후보로 4·15 총선 출마를 선언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 16일 그동안 사용해 온 가명을 공개했다. 그는 “2016년 12월 대한민국 국민으로 새롭게 태어날 때 북한의 테러위협을 피하기 위해, 북한이 날 찾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개명했고, 생년월일도 다 고쳤다”고 밝혔다. 태 전 공사의 실제 생년월일은 1962년 7월 25일이다.

‘태구민’이란 주민등록상 이름은 스스로 지었다. “북한의 형제자매들을 구원해 보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태 전 공사는 “총선을 계기로 원래 이름을 되찾으려고 개명 신청을 했지만 법원에서 3개월이 걸린다고 통보했고, 총선 전에는 개명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주민등록상 이름으로 총선에 출마한다.

태 전 공사는 “신변안전 보장에 어려움이 증가해도, 정부를 믿고 새로운 도전에 당당히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또 “앞으로 지역구에 나가면 지역구 주민들도 지난 몇 년간 태구민이란 이름으로 살아온 걸 이해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지역구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일부에선 서울 내 전략공천이 될 것이라는 설도 나온다.

태 전 공사는 현재 ‘태영호TV’(란 이름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15일 기준 구독자가 13만5000여명이다. 지난 1월 3일 첫 방송부터 총 14개 영상이 올라와 있다. 앞서 2018년 8월엔 ‘태영호의 남북동행포럼’이란 이름의 블로그를 만들었다.

태 전 공사는 21대 총선에 대해 “선거일인 4월 15일은 북한에선 김일성이 태어난 날”이라며 “김일성 생일에 북한 주민들이 나를 통해 ‘대한민국 국민들은 자유 선거로 국회의원을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또 “선거를 직접 뛰면서 북한 주민들을 향해 북한과 대한민국 선거가 어떻게 다른지 체험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선 분야별로 날선 비판을 했다. 지금 상황을 “정의롭지 못한 평화 상태”라 칭하며 “북한 비핵화를 머리에 이고 북한 눈치를 보면서 조심히 유지하는 평화”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의로운 평화는 우리가 주동적으로 지켜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에 대해선 “비핵화에 아무 진전이 없는데 개성공단을 재개하자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또 “(개성공단 노동자들에게) 월급을 줄 때도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사무실에 현금 박스를 직송하지 말고, 노동자들에게 직접 줘야 정의롭다”

금강산 개별 관광 추진에 대해선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대책부터 필요하다”며 “엉뚱하게 비자를 받고 북한 관광을 가자고 하는데, 한국이 먼저 영구 분단으로 가자는 소리”라고 말했다. 비자는 별개의 국가에서 필요하고, 한국에서 북한으로 갈 땐 방문증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태 전 공사는 “우리 사회 일부에서 북한이 일정한 소득 수준에 올라서도록 먼저 도와주고 그 전에는 북한 인권문제를 꺼내지 말라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고 정의롭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