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학들이 신학기 개강을 앞두고 입국할 중국인 유학생 관리에 진땀을 빼고 있다. 현실적 여건을 이유로 구체적인 대책을 세우지 못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방학 기간 기숙사에 묵던 일반 학생과 중국 방문 학생을 한 건물에 배정한 곳도 있다.
16일 대학가에 따르면 연세대는 일반 학생들이 생활하는 기숙사에 중국인 유학생들을 격리하고 있다. 격리된 이들과 같은 건물을 사용하는 일반 학생들은 뒤늦게 이러한 사실을 알고 환불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선제적 격리 조치에 나서던 상황에서 기존 학생들에게 알리지 못한 것은 유감이지만 환불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연세대는 기존 입사생들에게 오는 19일부터 내달 14일 사이 퇴거도 요청했다. 중국인 유학생 대거 입국이 예상되는 만큼 기숙사를 비워 격리 공간을 마련하겠다는 의도다. 교내 문제제기가 빗발치자 연세대는 일괄 퇴거 조치를 총학생회와 협의해 재검토하겠다고 한발 물러났다.
각 지방에서도 중국인 유학생 대비에 나서고 있다. 호남대 등 광주 11개 대학들은 상당수가 개강을 3월 16일로 연기하고 미리 확보해둔 기숙사나 학교 밖 시설 등을 격리동으로 쓰기로 했다. 이들 대학에는 중국인 유학생이 2551명 재학 중이다.
중국인 유학생 3338명이 재학 중인 충남지역 20개 대학들도 미리 확보한 격리 시설에서 유학생들이 임시 생활하도록 할 방침이다. 경북도 내 24개 대학도 중국인 유학생 1301명을 기숙사에 격리해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도시락 등을 식사로 제공하기로 했다. 매일 발열 체크도 이뤄진다.
다만 중국 각지에서 제각각 입국하는 유학생을 관리하거나 격리 공간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곳도 있다. 대구 계명대는 중국인 유학생 700여명을 2주간 기숙사에 격리한다는 방침이지만, 공항에서 학교까지의 유학생 수송편이나 1인1실 확보, 식사공급 등의 방안을 정하지 못했다.
경기도 내 대학들도 기숙사를 격리시설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을 뿐, 구체적인 방법은 논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통상 2~4인실인 기숙사를 격리를 위해 1인 1실로 사용하려면 체류 비용이 배 이상 들어가고 최소 14일치 식사 제공과 방역 비용 등이 더해진다. 기숙사가 아닌 교외에 격리시설을 마련한 경우에는 주거비가 더 소요된다.
비용 절감을 위해 국내 학생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한양대는 중국인 유학생 격리시설 마련을 위해 기숙사 생활관 4곳에 강제 퇴거를 통보했다. 이미 기숙사비를 지불하고 생활하던 일반 학생들은 당장 머물 곳을 구해야 하는 처지에 내몰렸다.
개강 직전 일방적인 퇴거 통보를 당한 학생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한양대는 격리시설로 사용하려던 생활관 1개동에 신청자들이 머무를 수 있도록 안내했다. 학생들은 신청을 하고 선정된 뒤 추가 기숙사비를 내는 과정을 추가적으로 거쳐야 주거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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