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계에선 ‘술장사를 잘하려면 단체손님을 잡으라’는 말이 진리였다. 지금은 다르다. 일하는 문화가 변해 직장인 단체 회식이 크게 줄었다. 주점 손님의 다수는 삼삼오오 모여 ‘가볍게 한잔’을 즐기는 20~30대다. 몇 년 새 대형 고깃집과 술집은 점점 사라지고 주요 상권마다 작은 가게가 늘었다.
달라진 트렌드의 틈새를 파고들어 주목받고 있는 주점 프랜차이즈가 있다. 1년 만에 전국 가맹점을 50호점으로 늘린 ‘1943’이다. 20대 여성을 핵심 타깃으로 잡았다. △1만원 안팎으로 가성비가 강점인 40가지 안주 △고급 바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인테리어 △전략적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마케팅이 성공 비결로 꼽힌다.
전국의 1943 매장은 모두 월평균 1억~3억원의 매출을 낸다. 대부분 건물의 2~3층에 자리 잡은 데다 265㎡(80평 안팎)의 대형매장인데도 주말이면 긴 줄을 서서 들어가는 곳이 됐다.
30대 대표의 현실판 ‘이태원 클라쓰’
1943을 운영하는 위벨롭먼트의 정승민 대표(36·사진 가운데)는 스물일곱에 셀프 맥주집을 처음 열었다. 경기 안산에서 7년간 매장을 직접 운영했다. 2015년 정 대표 어머니의 출생연도를 따 간판 이름을 1943으로 정했다. 이 무렵 20대 젊은 아르바이트생 두 명이 정 대표의 동업자가 됐다. 김태현(오른쪽), 최혜성(왼쪽) 공동대표다. 김 대표와 최 대표는 스타 인플루언서이기도 하다. 최 대표의 유튜브 계정 ‘우와성’이 40만 명, 김 대표의 ‘태현튜브’는 14만 명의 구독자를 두고 있다.
세 대표의 창업스토리가 알려지면서 JTBC의 화제의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이야기와 비슷하다는 얘기가 SNS에 돌고 있다. 20대 청년들이 아이디어를 모아 주점을 성공적으로 경영하는 스토리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7년간 술집 운영 노하우 녹여
창업자인 정 대표는 여덟 살 때부터 지금까지 안산을 떠난 적이 없다. 정 대표는 “잘 아는 동네인 안산에서 조그만 매장 두어 개를 운영할 생각이었고, 프랜차이즈는 꿈도 꾸지 않았다”며 “우리 브랜드가 알려지고, 방문객들이 먼저 가맹 문의를 해왔다”고 말했다.
1943이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 건 2018년 9월. 위벨롭먼트 법인을 세우고 경기 부천점에 가맹 1호점을 냈다. 월 매출 목표는 9000만원이었지만 첫 달에 1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2호점인 부평점도 월 매출 2억원을 넘어섰다.
1943은 외부에서 보면 큰 샹들리에가 시선을 끈다. 바닥엔 대리석을 깔아 마치 고급 바를 연상시킨다. 1943의 가장 큰 강점은 1만원 안팎의 다양한 안주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로제 파스타 치킨, 벌집 새우 퐁듀, 감바스, 제육볶음, 치즈연어, 한근 김치찌개, 닭한마리 칼국수 등이 모두 9900원이다. 가장 비싼 단품 메뉴도 1만900원이다. 모든 식자재는 동원홈푸드에서 공급받는다.
2층 출점해도 긴 줄…全매장 억대 매출
퓨전 양식에서 한식까지 철저히 가성비에 집중한 메뉴와 고급 인테리어는 20~30대 여성들에게 금방 입소문이 났다. 정 대표는 “술 한 잔을 마셔도 분위기 좋은 곳에서 자랑하고 싶은 메뉴와 함께하길 원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했다”고 말했다.
1943은 출점 전략도 다르다. 1943은 신규 출점 때 임차료 부담이 큰 건물 1층을 고집하지 않는다. 매장의 90%는 2층이나 3층에 자리 잡고 있다. 모든 메뉴를 일반 술집 안주 가격보다 30~50% 싸게 팔면서도 이익을 낼 수 있는 이유다.
실내 분위기와 달리 1943의 음악은 20대 감성이다. 서빙은 모두 단정한 외모의 20대 남성들이 담당한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