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근본적인 대책이 생겼어요. 돈을 아주 많이 버는 거예요.”
기생충의 마지막 장면. 기우(최우식 분)는 돈을 많이 벌어서 박 사장(이선균 분)의 대저택을 사겠다고 다짐을 내뱉는다. 봉준호 감독은 인터뷰에서 “기우가 임금을 꼬박 모아 그 집을 사려면 547년이 걸린다”고 했다. 불평등에 대한 감독의 인식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영화에서 주인공인 ‘백수 가족’과 부잣집인 ‘박 사장 가족’의 경제적 불평등은 계단이라는 상징으로 표현된다. 기우가 과외를 하러 박 사장 집에 갈 땐 끝없는 계단을 오르고, 홍수로 집이 잠겨 반지하 방으로 돌아갈 땐 끝없이 계단을 달려내린다.
불평등은 경제학자들이 오랫동안 매달려온 연구 주제다. 불평등을 측정하는 지표도 다양하다. 지니계수는 그 가운데 경제학자들이 즐겨 쓰는 소득분배 지표다. 지니계수는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고 1에 가까우면 불평등하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한국 도시 2인 이상 가구의 지니계수는 1992년 0.245로 저점을 찍은 뒤 꾸준히 높아졌다. 지니계수와 함께 대표적인 분배지표로 활용되는 소득 5분위 배율(상위 20%의 평균소득을 하위 20%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값)은 2018년 이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소득불평등과 계층이동의 상관관계를 밝힌 개념도 있다. 마일스 코락 캐나다 오타와대 교수가 ‘대대로 이어지는 불평등’이라는 연구에서 발표한 ‘위대한 개츠비 곡선’이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상류사회에 입성하겠다는 의지로 뭉친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 《위대한 개츠비》에서 이름을 따왔다.
‘위대한 개츠비 곡선’은 소득 불평등이 심할수록 세대 간 계층 이동이 어려워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가로축에 소득 불평등 정도를 알려주는 지니계수, 세로축에는 세대 간 소득탄력성을 표시해 국가별로 점을 찍으면 경향성이 드러난다. 2012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앨런 크루거가 소개해 유명해진 개념이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