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4관왕' 봉준호 감독, 블랙리스트 오욕 딛고 청와대서 문 대통령 만난다

입력 2020-02-14 13:56
수정 2020-02-14 13:58


"경찰을 무능한 집단으로 묘사해 부정적 인식을 주입한다" (영화 '살인의 추억')

"반미 및 정부 무능을 부각시킨다" (영화 '괴물')

"시장 경제 부정, 사회 저항을 부추긴다" (영화 '설국열차')

박근혜 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당시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 내린 평가다.

봉 감독은 두 정권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포함됐고, 강성좌파로 분류됐지만 고난을 딛고 '하던 대로' 영화를 만들어 끝내 아카데미 4관왕이라는 한국영화 역사상 전대미문의 업적을 이뤄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을 축하하기 위해 오는 20일쯤 청와대에서 봉 감독을 만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봉 감독을 청와대로 초청해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을 축하하고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할 예정인데, 청와대는 현재 세부 일정을 조율하면서 최종 확정만을 남겨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봉 감독에게 축전을 보내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고 있는 국민께 자부심과 용기를 줘 특별히 감사하다"고 전한 바 있다.



봉 감독은 시상식 직후 진행된 백스테이지 인터뷰에서 "늘 하던대로 했던 것"이라며 덤덤한 모습을 보여 더 큰 감동을 줬다.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후보로 초청된 건 '기생충'이 처음이다. '기생충'은 한국영화사 101년 만에 최초로 아카데미에 공식 초청받았을 뿐 아니라 국제영화상은 물론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주요 부문 상까지 석권하며 2019년 최고의 작품이었음을 입증했다.

한편 봉 감독은 앞서 자신이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것과 관련해 "실질적인 고초가 있었냐 없었냐를 떠나서 리스팅 했다는 자체가 창작자들에게는 지울 수 없는 상처다"라면서 "두 번 다시 그런 일은 없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외신은 블랙리스트가 이어졌다면, 기생충은 없었을 것이라며 '한국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