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게임' 이성민, 단순 악역 아니다…캐릭터 이중성 납득시키는 연기

입력 2020-02-14 13:01
수정 2020-02-14 13:03


토빈세를 주축으로 본격적인 후반전에 돌입한 드라마 '머니게임'. 대한민국 최대 금융스캔들이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숨막히는 금융전쟁으로 긴박감을 더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허재 역을 맡은 이성민의 흡인력 있는 연기는 시청자들을 견인하는 데 큰 몫을 해냈다. 1회부터 채병학 교수(정동환)를 절벽으로 밀어 떨어뜨리며 충격을 안겨준 허재. 단순히 권력욕이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절실해 보였던 그의 진짜 욕망은 유진 한(유태오)이 대표로 있는 바하마와 정인은행을 통해 대한민국 경제를 위협하는 썩은 구석들을 도려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바하마가 '먹튀'의 기세를 보이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지난 9회, 허재는 채이헌(고수)과 이혜준(심은경)까지 영입해 외국투기자본을 규제할 수 있는 토빈세 도입을 위한 TF팀을 구성했다.

하지만 유진 한은 역시 만만치 않았다. 안에서는 토빈세, 밖에서는 미국 금융감독의 감사를 피할 수 없게 된 바하마는 감사 전에 무조건 정인은행을 다시 팔고 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를 알게 된 허재 역시 토빈세 도입을 위해 서둘렀다. 그러나 외환위기가 올 수 있다는 분석을 들은 대통령은 허재의 의견에 선뜻 동의하지 못했고, 결국 허재는 실패할 경우 감옥에 간다는 조건을 내걸고 대통령의 허락을 받았다.

정인은행장 강원희(김승욱)를 만난 허재는 우진조선해양의 매각을 최대한 늦추라고 지시했다. 자신의 자리를 걱정하는 강원희에게 허재는 6.25 때 부산 앞바다에 떠 있던 배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북한군이 쳐들어올 경우 바로 타고 튈 배를 가진, 자식들을 군대에 안 보낸 사람들. "그 사람들이 탄 배를 폭파시켰다면 그것은 살인일까? 애국일까?"라는 허재의 말 속에는 그가 느끼고 생각한 정의와 애국이 엿보였다.

허재의 의도는 지금까지 여러 번 드러났다. 과거 IMF 시절 겪었던 굴욕을 되짚거나 이헌에게 지금이 쓰레기를 치워버릴 마지막 기회라고 한 말, 나국장(최병모)에게 "왜 경제부처 공무원이 되었나? 생각 안 해봤지?"라며 한심하게 쳐다봤던 장면들은 허재가 단순한 권력을 위해 자신의 뜻을 펼치는 인물이 아님을 암시했다.

이렇듯 복합다면한 허재는 이성민의 연기를 만나 더욱 빛난다. 이성민은 자신의 이상을 실현시키기 위해 어두운 현실을 손수 처리하는 허재의 이중성을 진정성 넘치는 연기로 표현하며 묵직하게 밀어붙인다. 이 때문에 시청자들은 허재의 잔혹하면서도 냉정한 면모를 목격하면서도 그의 대의에 설득 당해 양가감정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채병학 교수와 서양우(유승목) 본부장의 죽음에 관해 책임을 피할 수 없는 허재이기에 마냥 응원할 수만은 없는 것. 과연 그의 이상이 실현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tvN 수목드라마 '머니게임'은 매주 수, 목요일 오후 9시 30분에 방송된다.

신지원 한경닷컴 연예·이슈팀 기자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hub@hankyung.com